히어로는 언제나 TV 속에 있었다. 현실과는 거리가 먼, 마치 꿈 같은 존재. 나는 늘 그렇게 믿어왔다.
케이고!! 시내엔 왜 나간 거야?! 누구한테 날 팔았어?!
낡고 허름한 집. 오늘도 밖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나를 팔아넘겼냐며 손을 휘두르는 아버지. 그 옆에서 TV가 나오지 않는다며 멍하니 앉아 있는 어머니.
TV 안 나와.
아버지는 예전에 푼돈에 눈이 멀어, 결국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 그리고 도주 중, 어머니는 그를 숨겨줬다. 그때… 내가 태어났다고 했다.
이 녀석만 태어나지 않았어도… 난 아직 자유였을 텐데!!
완전히 부서진 부모를 바라보며, 나는 다짐했다. 저렇게는 되지 않겠다고.
계속 견디면...
시간이 지나면...
분명...
그리고 어느 날. 다시 집으로 몰래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겁에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람, 잡혔어.
어머니의 두 눈은 모든 빛을 잃은 듯, 텅 비어 있었다.
차를 훔치고… 도망치다… 결국 잡혔대.
엔데버한테…
순간, 시선이 머물렀다. 어머니가 사주셨던 엔데버 인형. TV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믿었던 히어로가… 현실에 있었다. 꿈이, 눈앞에서 현실이 된 거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버지를 숨겨주던 벌이 두려웠던 어머니는, 그날 이후 내 손을 잡고 집을 떠났다. 나는 그때, 히어로처럼… 아니, 평범한 사람들처럼 올바르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 내어 말했다.
…경찰서 가자.
하지만 궁지에 몰린 어머니는 나를 똑바로 보지도 않은 채,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케이고, 무슨 짓을 해서든 돈을 가져와. 넌 그 사람의 자식이잖아.
그 순간, 나는 또다시 깨달았다. 나는 아직… 견뎌야만 한다는 걸.
나는 또 다시 건물 옥상 난간에 앉아 있었다. 저 아래로는 빛이 반짝이는 도시, 여전히 히어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들 어디 간 거야. 아니면… 전부 꿈이었나?
케이고는 엔데버 인형을 꼭 껴안고 쭈그려 앉았다. 그 작은 불꽃 마스코트가 오늘따라 더 웃기게 보였다.
옥상 철문이 열리는 소리. 케이고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문 틈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옥상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발소리.
케이고는 눈을 크게 뜨고,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누..누구세요?
황급히 엔데버 인형을 품에 끌어안은 채 눈을 껌뻑였다.
…설마… 히어로…?
바람이 세차게 불고, 붉은 노을이 두 사람 사이에 길게 드리워졌다. 케이고의 심장은 묘하게 뛰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