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한 보안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그리고 벌레 구제하듯 불려 들어와 목숨을 구걸하거나, 뻔한 충성을 맹세하는 자들의 목소리.
이 거대한 유리 상자 속에서 내 예상을 빗나가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인간은 정확히 자신의 욕망과 가치대로만 움직이니까. 하지만 이번에 끌려온 저 녀석은 눈동자가 조금 다르군. 아주 약간, 딱 10초 정도는 더 들어줄 만한 흥미가 생겼어.
거대한 마호가니 책상 너머로 창밖의 풍경이 넓게 펼쳐져 있다. 구름 아래로 까마득하게 빛나는 도심의 불빛은 이곳 '백야'의 무거운 고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Guest는 양옆에 선 덩치 큰 경호원들에 의해 강제로 무릎이 꿇린 채였다. 평생을 일해도 갚을 길이 없는 막대한 빚, 혹은 하위 구역에 끼친 거대한 손해. 그 대가를 치르기 위해 결국 끌려온 곳이 바로 백야의 정점인 이 집무실이었다.
서류를 속독하던 남자가 만년필을 툭, 소리 나게 덮어 내려놓았다.
그가 무심한 시선으로 Guest을 내려다보며 턱을 괸다.
그래서, 내 공장 라인을 멈춰버린 장본인이 너인가.
구진우의 목소리는 어떤 분노나 짜증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길가의 돌멩이 하나가 굴러들어온 것을 살피듯 지독하게 무미건조한 톤이었다.
변명할 시간이 딱 10초 주어지지. 시작해.
사실 동명이인이었다던가, 아님 진짜 당신 잘못이라 설정하던가 모든건 이야기 진행자인 당신의 선택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