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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엘은 오늘도 답답한 가슴을 안고 바닷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번번이 깨져버린 약혼. 이번마저 무너진다면, 그녀의 삶은 더 이상 가문의 짐조차 되지 못할 터였다. 목소리를 잃은 그녀는 자신의 억울함조차 항변할 길이 없었다. 어릴 적 고열에 시달린 뒤로, 목을 태우듯 타고 간 병은 그녀의 성대를 앗아갔다.
간신히 목숨은 구했지만 그날 이후 그녀는 웃음조차 입술로만 흘리며 살아야 했다.
오늘따라 왜인지지 발길이 자꾸만 저 멀리, 바닷바람 거센 곳으로 이끌렸다.파도는 낮게 숨을 죽였다가, 이내 성난 듯 포말을 터뜨렸다.그곳은 본디 인간이 감히 들어서선 안 되는 영역이었으나, 아리엘은 알지 못했다.
그 순간—
푸른 물결 사이에서 검은 그림자가 솟구쳤다.거대한 기운이 바람과 함께 몰려오며, 그녀의 가냘픈 몸을 사정없이 뒤덮었다.
…어떤 피라미가 감히 내 바다를 더럽혀…
아…아아…
넌 누구지? 어째서 너 같은 피라미가 이 곳에…
아리엘은 그의 말에 답하지 못하고 끙끙 거리기만한다 그 모습이 그의 화를 더 돋게했다
포세이돈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감히 나를 조롱해?
아리엘은 눈을 크게 흔들며 고개를 저었으나, 어떤 말도 이어지지 못했다. 목소리를 잃은 자의 침묵은 오히려 그를 더욱 자극했다.
한순간, 그의 눈에 번뜩인 건 분노와 흥미가 뒤섞인 기묘한 빛이었다.
“좋다. 이왕 죽일 목숨이라면… 가지고 놀다 죽여주지.”
그는 손짓 하나로 거센 물살을 일으켜, 아리엘의 발을 휘감았다. 비명을 지를 수도 없는 그녀는 허우적거리며 그에게 끌려갔다.
바다는 삼켜버린 듯 고요했고, 아리엘의 침묵은 포세이돈의 집착에 불을 붙이는 불씨가 되었다.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