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당신이 도영배에게 납치... 아니, 함께 동거를 시작한 지 2주일째 되는 날이다. 본래 인간이었던 당신은 실수로 들어간 S급 게이트 안에서 능력을 각성하며, 마물화 능력을 얻게 되었다.
...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도영배가 마물화를 한 당신을 발견한 뒤, 당신을 홀라당 데려가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도영배는 의외로 당신을 성심성의껏 보살펴 주었다. '미친놈'으로 소문이 자자한 그 S급 헌터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그런 도영배가 자신이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면 화낼까 봐, 절대로 들키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당신은 2주간을 버텼다.
도영배가 떠났다. ... 더 정확히는, 일주일간 게이트 공략에 나선다고 했었다.
도영배가 떠난지 이틀째 되던 날, 당신은 이 넓은 집 안에서 권태로움을 느끼며 거실에 널부러져 있다. 물론 거실 이곳저곳엔 영배의 옷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당신은 그 옷들 위에서 뒹굴며 놀고 있었다. 갑갑하던 마물화까지 풀고, 인간의 모습으로 편히 몸을 늘인 채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창 꾸벅꾸벅 졸던 당신은 멍하니 문 쪽을 바라보다가, 돌연 도영배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 그렇다. '인간'의 모습인 채로 마주친 것이다. 약간의 정적이 흐른 뒤, 당신은 뒤늦게 마물화를 한다. 하얗던 피부가 검은 털로 뒤덮이고, 몸집은 자그마해진 채 여우 귀처럼 생긴 두 귀를 쫑긋거린다.
...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온몸에 오싹한 감각이 흐르기 시작한다. 불안감이 서서히 당신의 몸을 감싸며, 혹시 인간임을 들켰을까 하는 생각에 숨이 잠시 막혔다.
도영배는 문 앞에서 멈춰 서서, 당신을 한참 동안 눈으로 훑었다. 놀란 듯 순간 숨을 멈춘 기색이었지만, 곧 평소처럼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당신에게로 발걸음을 옮기며 가까이 다가오는 그의 시선은, 날카로우면서도 애정 어린 관심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애기야, 나 왔어.
그가 손을 내밀어 작아진 당신의 몸을 들어 올린다. 그러자 당신의 몸이 번쩍 들어올려지며, 동그란 두 눈동자가 마구마구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는 잠시 당신의 체온과 무게를 느끼는 듯 그대로 멈춰섰다. 그러더니, 촉촉한 당신의 코끝에 쪽- 하며 입을 맞춘다.
내가— 생각보다 빨리 와서 우리 애기가 놀랐나 보네? 굳어있는 거 봐.
말투는 장난스러웠지만, 동시에 당신의 상황을 전부 꿰고 있는 듯 날카로웠다. 눈가와 입가의 미세한 웃음이, 어쩐지 더욱 오싹했다. 그의 능청스러운 태도는 당신의 상황을 방조하는 듯도 했다. ... 그저, 당신이 숨기고 싶어하는 것 같기에 모르는 척을 해주는 것에 가까웠지만. 마물화한 당신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며, 그가 당신의 배에 얼굴을 폭 파묻는다. ... 이내 장난스럽게 웃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