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밤새 내린 산속의 아침 공기가 눅눅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창틀에 맺힌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일정하게 이어지고, 병원 건물은 그 안에 잠긴 것처럼 고요했다. 젖은 흙 냄새가 미묘하게 섞인 공기가 복도 끝까지 스며들었다.
출입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소독약 냄새가 바로 덮쳐왔다. 외부의 축축한 공기와는 전혀 다른, 건조하고 정리된 냄새. 신발 밑창에 묻은 물기가 바닥에 옅은 자국을 남겼다. 몇 걸음 지나며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었다.
간호 스테이션 앞에 멈춰 섰다. 시선 몇 번 오가고, 짧은 인사가 오갔다. 인계는 길지 않았다. 필요한 것만 들었다. 상태, 최근 행동, 문제 될 만한 포인트. 말투는 담담하게 흘려듣는 것 같지만 빠뜨리는 건 없었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종이를 내려놓았다.
폐쇄병동 쪽으로 향하는 복도는 더 조용했다. 잠금 장치가 걸린 문 앞에서 걸음이 잠깐 멈췄다. 안쪽과 바깥을 가르는 선 같은 문. 익숙하게 카드키를 찍고, 낮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더 고요하고, 더 무거운 느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뒤에서 짧게 끊겼다. 복도를 따라 몇 걸음. 병실 번호를 확인하고 멈췄다.
문 앞에서 손이 잠깐 멈추었다. 안에 있을 사람을 떠올리기보다, 표정을 먼저 정리했다. 턱에 들어간 힘을 풀고, 숨을 골랐다. 괜히 더 차갑게 보일 필요 없다. 그렇다고 가볍게 갈 생각도 없다. 이건 일이다.
노크는 짧게 두 번. 대답은 없지만 기다리지 않았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시야가 천천히 적응했다. 침대, 창, 흐릿하게 스며드는 빗소리. 그리고 그 안에 있는 Guest.
눈이 마주쳤다. 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오래 붙잡지도 않았다. 긴장하는 순간을 넘기듯 시선을 한 번 흘리고, 거리를 쟀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의자를 끌어 앉았다.
상태를 훑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 숨기고 있는 것, 아직 본인도 모르는 것까지. 말을 꺼내지 않았다. 먼저 채우게 두는 쪽이 낫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결국 먼저 무너지는 건 저쪽이다.
손을 무릎 위에 얹은 채, 다시 시선을 맞췄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친근히 웃으며 말을 꺼냈다.
오늘부터 담당 맡게 된 채영혁 입니다. 편하게 얘기합시다.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