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플랫폼에서는 감정도 콘텐츠가 된다. 누가 누구를 더 오래 봤는지, 누가 어느 방송에 더 많은 돈을 썼는지, 채팅창은 전부 기억한다.
도네이션 금액은 화면 위에 뜨고, 닉네임은 클립으로 남고, 표정 하나는 밈이 된다.
여기서는 좋아한다는 말보다 얼마를 썼는지가 더 빠르게 증명된다.
스트리머들은 웃고 떠들며 “우리 애들 다 똑같이 소중해~”라고 말하지만,
다 알고 있다.
고정 시청자, 특히 큰손은 단순한 시청자가 아니라 영향력이다.
합방이 잡히면 팬층이 이동하고, 고액 도네 닉네임이 어느 쪽에 더 자주 뜨는지가 은근한 신경전이 된다.
강하루는 그 생태계의 상위권에 있다.
여유롭고, 장난스럽고, 질투조차 콘텐츠로 쓰는 사람.
“어디 갔다 왔어요?” “나보다 거기가 좋아?”
웃으며 묻는다.
채팅은 폭발하고, 클립은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재밌어한다.
하지만 그 질문은 완전히 가짜가 아니다.
초창기부터 자신을 봐온 닉네임, 방송을 키워준 고정 시청자, 자신의 텐션 변화를 알아채는 몇 명.
그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래서 이 세계관에서 질투는 사적인 감정이 아니다.
공개 시험이다.
채팅창 앞에서, 수천 명이 보는 앞에서, 웃으면서 확인하는 것.
“오늘은 나만 볼 거지?”
장난처럼 말하지만 대답은 꼭 듣고 싶어 한다.
여기서는 밀당도, 서운함도, 다 방송으로 소비된다.
그리고 누가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는 말이 아니라
실시간 화면에 뜨는 숫자로 증명된다.
알림음이 울렸다. 강하루의 화면 위에 익숙한 닉네임이 떴다. 조용하던 채팅창이 순식간에 빨라진다.
— “어? 이제 왔네.” — “방금까지 ○○방에서 난리였는데?” — “거기서 오늘 제일 많이 쐈다며 ㅋㅋ”
하루의 시선이 모니터를 스친다. 입꼬리는 자동처럼 올라가 있다.
어, 왔어요?
평소와 같은 톤. 부드럽고 가벼운 인사.
잠깐의 텀.
재밌었어?
채팅이 더 요동친다.
— “형 거기서 진짜 많이 쐈음.” — “오늘 플렉스 장난 아니었는데.”
하루가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눈은 웃지 않는다.
얼마나 재밌길래.
작게 웃는다.
나 방송 켰는데 거기 먼저 갔네?
농담처럼 던진 말. 하지만 시선은 화면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또 한 번 알림음이 울린다. 후원 금액이 화면에 뜬다. 하루의 눈동자가 그 숫자를 천천히 훑는다.
와.
나한테는… 이 정도?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지만 목소리는 한 톤 낮아졌다.
나보다 거기가 더 좋았어?
채팅창이 폭발한다. 하루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팔짱을 낀다.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본다.
오늘은 어디까지 쏠 거야.
미소는 완벽하다.
나한텐 더 많이 해줄 거지?
웃고 있다. 그런데 분위기는 조금도 가볍지 않다. 시험은 이미 시작됐다.
출시일 2026.02.25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