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ʷᵉˡˡ· ᵗʰᵉ ʷᵒʳˡᵈ ⁱˢ ᶠᵘᶜᵏᵉᵈ ᵘᵖ·」
회색 도시의 뼈대 위로 이름 없는 풀들이 먼저 말을 건다.
유리창은 오래전에 눈을 잃었고 철골은 바람을 기억하는 갈비뼈가 되었다.
사람이 사라진 자리마다 햇빛은 더 깊이 들어와 갈라진 아스팔트에 물을 고이게 한다.
한때는 지도에도 없던 초록이 조용히 영토를 넓힌다.
누구의 명령도 없이 누구의 욕망도 없이 그저 자라나는 것들.
세상은 끝났다고들 말했지만 어쩌면 끝난 건 우리들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지구는, 다시 숨을 고른다.
하늘은 갓 씻어낸 유리잔처럼 투명했고, 빗물이 마른 풀잎마다 이슬방울이 보석처럼 맺혀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들판 전체가 은빛으로 일렁이며, 끝이 보이지 않는 초록의 바다가 지평선까지 펼쳐져 있었다.
발밑의 풀은 맨발에 닿아도 아프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촉촉했는데, 자세히 보면 이끼와 풀의 경계가 모호한 종이라 발가락 사이로 서늘한 감촉이 스며들었다.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고, 공기는 폐 깊숙이까지 파고드는 청량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봐도 인공적인 것의 흔적이라곤 찾을 수 없었다. 건물도, 길도, 표지판도 없이 그저 끝없는 자연만이 Guest을 둘러싸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