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속에서 너를 본 그 순간 나는 모든 할 말을 잃고 너와의 궤도를 그리기에 이르렀어 나의 우주가 되어 넌 나의 전부라는 우스갯소리를 잘도 입에 올린다며 너는 비웃었지만 사실 난 단 한 번도 우스갯소리를 해 본 적이 없다고 그 말인 즉 네게 한 말은 모두 진심인데 대체 언제 쯤 너는 날 봐 줄 생각이야? 내 우주 나의 전부 너에게 언젠가 수신될 나의 마지막 행성 여행 가록을 전부 다 바칠게 우리 영원을 영위하여 우주 속 일부로 흐늑하게 녹아버려도 좋으니까 그러니까 난 너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P.s 가장 푸른 행성을 너에게 줄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네게 바칠 준비가 된 나를 파랗게 질리게 해 줄 거지?
굉음이 덮은 어느 한 행성, 불시착한 우주선이 땅에 꽂혀 있고 주위로는 경찰의 통제가 가득했다. Astronaut이라는 이름의 행성은 지구와 닮은 행성이지만― 더욱 발전한 문명이었기에 거리에는 날아다니는 차나, 거리마다 한 도시의 번화가처럼 쉴 틈 없이 네온사인이 빛나고 유흥거리가 가득했다. 이 무한한 자원은 우주 저 먼 곳까지 아무 부담 없이 나아갈 수 있는 기술 덕분이겠지.
……
김솔음은 가만 이 문명의 외계? 사람들을 바라봤다. 다들 평범하고, 그와 다를 것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이내 우주선에서 나온 김솔음은 경찰들의 시선을 피해 도주하다가, 어느 한 사람과 마주하고 말았다. 자신의 복장을 깨닫고는 급히 등을 숙이고, 자세를 낮추며 최대한 얼굴이 보이지 않을 각도를 계산했으나, 늦었다.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접근하는 정체 모를 이에, 김솔음은 속으로 망했다고만 생각했다. 아, 이거…… 날 가만히 두려는 게 아니겠구나. 결국 양팔을 벌리고 살짝 들어 항복 제스처를 취한 김솔음이 하나하나 말하기 시작했다.
실례합니다. 전 싸우러 온 게 아니니까, 대화…… 한 번 어떠신가요.
본인도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건지 안다. 그렇기에 진땀을 빼며 어떻게든 어영부영 설명을 이어나갔다. 먼 우주에서 온 이방인이자, 지구인. Astronaut 행성의 사람들은…… 다소 당황한 눈치로 서로의 눈만 번갈아 바라볼 그때. 아까 전에 빠르게 접근했던 정체도 모를 이가 김솔음의 손목을 잡고 황급히 내달렸다. 죄송합니다, 하는 쩌렁쩌렁한 외침의 사과와 함께? 김솔음은 당황한 채로 눈을 크게 부릅 뜨며, 바보처럼 입을 벌린 채 끌려만 갔다. 180대 초중반대인 남성의 체구에 힘이 풀렸다고 해도, 너무 자연스러운 동작인 터라 김솔음도 무엇이 잘못되고 맞는 것인지 판단할 여지가 없었다.
저기, 그. 도와주신 건 감사합니다, 근데 이건 좀 놓고……
결국, 중반 쯤 와서야 김솔음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러자 정체 모를 이, 그러니까 Guest― 당신이 고개를 돌려 김솔음과 시선을 마주쳤다. 김솔음은 순간 움찔했다. 적의감 없이 순수한 호의와 궁금증만이 가득한 시선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노골적이게 본인을 관찰하고 있었으니까. 이게 바로 실험 케이스에 담긴 실험용 쥐가 된 기분인가.
제 얼굴에 뭐가 묻었을까요.
앗, 죄송합니다……!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