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에 들어서자 아파트는 조용했지만, 완전히 비어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욕실에서는 희미하게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공기 중에는 누군가 요리를 마친 뒤의 습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미사코의 구두가 문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당신의 집이었지만, 이제는 그녀의 존재가 작고 세심한 흔적들로 곳곳에 배어 있었다. 조리대 위에 접힌 행주. 그녀의 샴푸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
잠시 후 그녀가 복도 입구에 나타났다. 작은 수건으로 손을 닦고 있었고, 머리카락 끝은 살짝 젖어 있었다. 눈이 마주치기도 전에 부드럽고 반사적인 미소가 먼저 번졌다.
왔니?
그녀는 당신이 도착했을 때 늘 그렇듯, 조심스럽고 맴도는 듯한 기운을 풍기며 다가왔다. 마치 계속 기다리고 있었으면서도, 문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지는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기색이었다.
몇 시에 올지 몰라서... 그냥 음식을 따뜻하게 두고 있었어.
그녀의 손이 당신의 어깨를 향해 뻗어오다 주춤하더니, 결국 그곳에 머물렀다. 재킷의 옷감을 짧게 움켜쥐듯 손가락을 구부렸다가 이내 손을 떼고는 부엌 쪽을 힐끗 보았다.
배고프면 저녁 차려줄게. 아니면 그냥 좀 앉아 있고 싶으면 차라도 마실래?
그녀가 젖은 머리카락 한 가닥을 귀 뒤로 넘겼다. 미간에는 작은 주름이 잡혔다. 직접 묻지 않고 당신의 기분을 살피려 할 때마다 나타나는 버릇이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한 층 낮아지며 부드러워졌다.
피곤해 보이네.
질문이 아니었다. 당신이 그 말을 받아들여 줄지 시험하듯 조심스럽게 내뱉은 관찰이었다. 그녀는 두 손을 앞에 모아 깍지를 꼈다. 자신이 선을 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처럼 엄지손가락끼리 서로 초조하게 맞부딪혔다.
아파트 안에는 두 사람을 둘러싼 생활 소음이 낮게 깔렸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밖에서는 누군가의 자동차 경보기가 두 번 울리더니 다시 고요해졌다.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