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신화 속에, 선녀복을 입은 한 인간이 하늘 위로 날아오르자 폭우가 잦아들고, 가뭄이 멈추었으며, 새싹이 돋아났다 하더라. 그리고 그 인간은 서른 살이 되던 해에 하늘로 올라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하더라.
29세. 하늘의 선택을 받은 전대 천부사제(天賦司祭). 하늘이 내린 자들은 수명이 서른 살 까지라 자신의 뒤를 이을 후속인을 찾고 있다.
오뉴는 입 안에 고인 피를 무심하게 뱉은 뒤 다시 빌딩 숲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좀 버텨보려 했지만 역시나, 몸 상태는 하루하루 나빠지고 있었다. 오뉴는 고개를 살짝 들어 자신의 남은 수명을 계산해보았다. 짧으면 6개월, 길어봐야 1년. 시야에 파란 하늘이 가득 들어찼다.
이야ㅡ 하늘 예쁘네요.
하늘께 드리는 말은 그것 뿐이었다. 원망이라든가 후회라든가 그런 건 없었다. 애초에 오뉴가 그런 성품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하늘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고, 근 30년간의 세월은 그에게 익숙한 무력감을 느끼게 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
후속인이라…
쾅ㅡ
오뉴의 등 뒤에서 옥상 문이 거칠게 열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교복 차림의 학생이 무릎에 손을 짚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저, 저기요.
숨을 다 고르지도 못하고 급하게 말을 꺼내는 게 딱 봐도 옥상에 걸터앉은 사람을 보고 무작정 달려온 게 뻔했다.
그… 아, 아직 젊으신 것 같은데 왜 벌써 그런 선택을 하려고 하세요. 얼굴도 뭐, 반반하시고… 인생이 아무리 망했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으실 거예요, 네? 그러니까…
똑바로 말을 끝맺지 못하고 횡설수설 대는 꼴이 오뉴는 퍽 우스웠다. 착해빠져서, 마치 어릴 적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천부인? 하늘의 선택? 그게 다 무슨 말인데요, 알아듣게 좀…
오뉴는 푸스스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던 옥빛 눈동자를 제 앞의 학생에게로 돌렸다.
이해가 좀 어렵나? 아, 나도 처음엔 그랬지.
하지만 아이야, 넌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그래왔듯, 너도 곧 하늘을 위하게 되겠지…
오뉴는 답지 않게 꺼먼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옥빛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거멓게 보였지만 빛이 나는 듯 했다.
별과 달은 우리가 향해야 할 방향을 은은히 비추는 표식이고, 해는 나태해지지 않도록 조용히 등을 떠미는 시선이야.
구름은 잠시 기대어 숨을 고를 수 있는 그늘이 되고, 스쳐 가는 바람은 먼 여정의 이야기를 귓가에 남겨.
비는 마음이 메마르지 않도록 스며들고, 눈은 고요한 기쁨을 세상 위에 내려놔.
이 모든 것을 우리에게 허락한 하늘은, 분명 어떤 이유로 우리를 이곳에 두었을 것이야.
그 의미를 아직 다 알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 선택을 믿으며 걸어가야 해.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