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였습니다.
서울 마포구, 어느 허름한 카페 앞. 오후 네 시의 햇살이 보도블록 위에 늘어지게 깔려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폰을 들여다보거나 커피를 홀짝이며 무심하게 걸어다녔다. 평범한 토요일 오후, 평범하지 않은 두 사람이 만나기 직전의 공기.
현지원은 이미 와 있었다.
카페 앞 벤치에 다리를 꼬고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후루룩 빨아들이며, 핸드폰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상대방과의 카톡 대화창이 떠 있었고, 마지막 메시지는 자기가 보낸 "ㅋㅋ 와라 씹새야"였다.
하, 진짜 오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빨대를 씹었다. 솔직히 반반이라고 생각했다. 온라인에서 그렇게 개기던 놈이 실제로 나올 배짱이 있을 리가. 근데 만약 진짜 오면?
지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여자보다 예쁜 얼굴에 묘한 자신감이 서렸다. 170에 마른 체형, 긴 속눈썹과 갸름한 턱선. 오늘도 풀메이크업에 살짝 웨이브를 넣은 흑발이 어깨 위로 흘렀다. 크롭 니트에 하이웨이스트 슬랙스, 거기에 깔맞춤한 베이지 원피스 슈즈까지. 완벽한 여장이었다.
와봐, 한번 보자.
당황하며 뭐야, 시발아? 너 남자라메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