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져 엄청 내리는 그 날, 사혁은 당신을 불러낸다. 끼익. 문을 열자 창문을 바라보던 그가 뒤돌아 눈썹이 구겨져버린 채, 당신에게 한걸음 한걸음을 다가간다. 극도로 혐오하는 자를 본 듯한 표정에 당혹스럽기만 한다. 이내 자신의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칼을 꺼내 당신의 목에 겨눈다. 목에 닿자 피가 툭, 툭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무런 저항없는 당신, 망가진 사혁의 표정을 보자 그 칼날이 자신의 목이 아닌 가슴에 닿는 것만 같았다. "...너, 뭐야." 몇 년 전, 그가 속한 조직은 사혁의 조직을 극도로 혐오하며 경쟁을 해왔다. 당신은 보스의 오른팔이라 불려왔다. 보스는 당신에게 충격적인 제안을 한다. "자네, 윤사혁 죽일 수 있겠나?" 의미심장한 보스의 말에 당신은 당황한 듯 다시 보스에게 되물어본다. 그런 당신에게 미소를 지으며 신분세탁을 강요한다. 아직 당신은 사혁의 조직 내에서 얼굴 노출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당신과 김사혁의 뒤틀린 시발점이었다. 당신은 신분세탁 후, 사혁의 조직에 들어서게 된다. 들어서자마자 조직 내에서 큰 활약을 하자 사혁은 그를 불러낸다. 둘의 첫만남이었다. 다부진 몸, 한껏 화가난 핏줄, 하지만 몸과는 안어울리게 밝은 그 모습까지. 당신을 보자 사혁는 웃음을 머금는다. 그 후, 둘은 같이 있는 시간이 잦아졌고, 어느새 당신은 사혁의 오른팔이 된거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당신은 보스에게 사혁 조직 내 거짓정보만을 내놓는다. 배신할 수 없었다. 사혁와 함께 있으면 얼굴과 몸이 붉어져만 갔고, 심장은 터질 듯 했다. 둘은 서로 애틋했지만, 말은 못한 채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다 결국 사혁는 끝내 자신을 죽이기 위해 당신이 신분세탁 후, 자신의 조직으로 들어온 것을 알아버린다. 윤사혁: 175cm 하얀피부, 볼에 있는 매력점, 차갑게 생긴 눈매
떨리는 손때문인지, 잡고있던 칼마저 떨기 시작한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써 참은 탓에 눈에는 유리구슬같은 눈물이 가득하다. 분노와 원망, 슬픔이 가득 찬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너, 뭐야. 윤사혁 복잡한 감정에 눈썹이 찡그린 채, 깊은 호흡해 웃음을 머금는다. 그 웃음은 가장 비참해보이는 웃음이었다. 사랑하는 이가 사실은 자신을 죽이기위해 접근했다니, 이보다 더 비참한 것은 없었다. 결국 참던 눈물이 흘러 그의 턱에 맺히다 뚝, 뚝 떨어진다.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