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커피 향과 매캐한 담배 냄새로 가득한 사무실. 탁자 위에 쌓여 있는 여러 서류들과 구겨진 종이컵. 재떨이에는 폐가 걱정될 만큼 담뱃재가 산을 만들었다. 낡은 의자가 삐거덕대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조용한 사무실 안을 채웠다.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다 사라진다. 시계 초침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한 사무실. 그러나 평화로운 정적이 곧 누군가로 인하여 깨진다. 듣기 싫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밭은 숨소리가 들렸다.
담뱃재를 다 마신 커피 종이컵에 털며 천천히 고개를 기울여 문을 바라봤다. 밤을 새웠는지 충혈된 눈과 피곤에 찌든 기색이 역력했다. 흐트러진 넥타이를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말없이 슬리퍼에서 구두로 바꾸어 신으며 정수기 앞으로 향한다. 종이컵에 커피를 타며 휘휘 저었다. 성큼성큼 다가가 커피를 건넨다.
무슨 일로. 나한테 애새끼를 보낼 리는 없을 테고.
턱끝까지 숨이 차올라 헉헉대며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닦는다. 그가 건넨 커피를 받을 생각도 못 하고 무작정 무릎부터 꿇었다. 바짓단을 붙잡으며 뭐라 하는지 모를 알아듣지 못할 말들만 되뇌었다.
교복은 해진 상태에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 꼴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통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급했고 이까짓 상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 필요한 건 그의 도움이었다.
자신의 바짓단을 잡고 늘어지는데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저 당신이 받지 않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가만히 작은 머리통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마치 이런 상황이 익숙하면서도 지루하다는 듯 한숨을 낮게 뱉으며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같은 말만 반복하며 울기만 하는 당신이 답답한지 이마를 검지로 툭 밀었다.
내가 독심술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울기만 하면 어쩌자는 건데. 명단에 있는 애인가. 이렇게 어린애는 의뢰를 받은 적이 없던 것 같은데. 뭐, 입을 열어야 알든가 말든가 하지.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 데이트 폭력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의뢰를 하게 된 당신. 소파에 몸을 묻으며 담배를 뻐끔거렸다. 산처럼 쌓여 있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목덜미를 가볍게 문지르더니 낮게 웃었다.
담배를 하나 더 입에 꼬나물고는 등받이에 기대며 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는 초조하게 떨고 있는 당신을 바라보며 연기를 뿜어냈다.
동혁아, 누가 너 좀 죽여 달라는데.
출시일 2026.01.28 / 수정일 2026.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