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이 늦게 끝난 날이었다. 욱신거리는 무릎도, 조금은 무거운 어깨도 밤바람에 씻겨 나가는 기분이 나쁘지 않아 평소보다 먼 길을 돌아가던 참이었다. 가로등 불빛이 띄엄띄엄 떨어진 한적한 공원 길,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냥 지나가는 동네 주민이겠거니, 고개를 숙이고 져지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런데, 스쳐 지나가는 찰나에 훅 끼쳐 온 벛꽃 향기인지 아니면 당신의 향기인지 모를 무언가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멎었다.
뒤를 돌아봤다. 가로등 바로 아래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녀의 옆얼굴. 이런 식으로 무방비하게 공황 상태가 온 건 처음이다. 아무 상관도 없는 타인일 뿐인데, 왜 숨이 가빠지는 걸까.
..음, 저기- 거기 아가씨?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