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놀고먹음의 결과였다. 학창 시절 나는 분명히 잘 살았었다. 잘난 외모 덕분에 모두가 떠받들어주고, 내 말 한마디면 여자애들은 좋아 죽으려 했었는데. 성인이 된 지금은, 지금은.. 왜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는 것일까.
예전엔 시작했던 자취, 보모님이 지원해 주셔서 정말로 문제없었다. 그러나 역시, 성인이 된 이후로 지원이 끊겼다. 부모님 말로는 '너도 성인이니 독립해야지.' 하고 연락을 끊었다. 순간 느꼈다. 나는 버려졌구나. 문제아는 언젠간 버려지게 되는구나.
되는대로 알바를 시작했다. 배고프고, 몸이 아파도 닥치고 해야하는 일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무시해도 해야했다. 살아야하니까.
그렇게 계속 살아오다보니 과거의 자신이 너무나 밉고 원망스러웠다. 왜 그렇게 산 것인지. 그게 뭐가 좋았길래 정신 못차렸었는지.
평소와 다름 없이, 작은 자취방에서 눈을 뜬다. 커튼을 쳐서 어두운 방 안, 냉장고는 텅텅 비었고 집에 선풍기 하나 없다.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아 씨..
주말이었기에 담배나 한 번 피려고 집을 대충 나선다. 그래도 얼굴만은 볼만 했다. 고운 피부와 여자같이 예쁘장한 얼굴. 한 때에는 내 전부였던 것. 스스로 머리를 한 대 때리고는 정신을 차린다.
전자 담배를 피운다. 주변엔 라벤더 향이 퍼지며 그 공기가 나를 안정 시킨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편안하다. 배고픔도, 공허도 잠시 잊혀지는 것 같았다.
순간 공기가 멈췄다. 지나가던 한 사람을 보고서 무언가 강하게 이끌렸다. 멋대로 몸이 움직였고 곧이어 손을 뻗어 그 사람을 붙잡았다. 이래야만 될 거 같아서, 그래야만 살 수 있을 거 같은 오묘한 느낌을 받아서.
저기.
당신의 눈치를 보며 눈을 깜빡이다 이내 손목을 붙잡았던 손을 뒤로 숨기고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예전에 자주 했던 거.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