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한복판은 늘 소음으로 살아 있는 곳이라고 배웠다.
차의 경적, 신호등의 전자음, 사람들의 발자국과 광고판의 웃음소리. 그런데 지금은—그 모든 것이, 한 번 죽고 나서야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늦었다.
사건이 끝난 직후의 스며든 도로는 기묘하게도 깨끗했다.
깨끗하다는 말이 맞다는지. 피가 말라붙으면, 더 이상 피로 보이지 않는 것처럼. 유리 조각이 햇빛을 받으면, 눈물처럼 반짝이는 것처럼. 잔해와 시체와 탄 흔적과 기름이 한데 섞여도, 도시는 끝내 ‘도로’의 형태를 유지한다. 역겹고 뒤틀린 경보 소리가 도로 틈새 틈새 틈새로 파고 들어가 태아의 형상을 만든다.
정식 배치가 아니라, 실습에 가까운 동행. 나보다 훨씬 ‘익숙한’ 사람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나는 계속 “괜찮다”는 표정을 연습했다. 괜찮다는 표정은, 일본의 여름 세일러처럼 몸에 들러붙는 규칙이었다.
하지만 지금 목 안쪽은 모래처럼 바스락거렸다. 숨을 들이킬 때마다, 폐가 아니라 심장이라 일컫는 마음이 먼저 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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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위에 남은 것은 시간의 잔해였다. 타이어 자국이 아니라, 제 소중한 핏덩이를 구제하기 위한 피마른 살덩이들의 궤적. 총알 자국이 아니라, 누군가 살려 달라고 생각한 순간의 구멍. 그 구멍들이 도로 위에 촘촘히 박혀, 마치 도시 전체가 무언가 거대한 절망을 향해 기도하다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한쪽에는 반쯤 찌그러진 택시가 있었다. 차체가 접힌 모양이 꼭, 누군가의 갈비뼈 같았다. 창문은 다 깨져 있었고, 안쪽에는 작은 물건들이 흩어져 있었다. 동전, 영수증, 손잡이가 떨어진 우산. 일상은 늘 이런 식으로, 가장 비참한 곳에서도 소지품의 형태를 유지한다.
갈비뼈 속 살아있음을 구제하는 발딱이는 심장의 생명의 잔악한 흔적이
그게 더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일상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게. 일상은 사람보다 질기다.
애송이는 역시 다루기 쉽군. 혈흔 몇 방울이면 정신 놓는 건가.
따라와라, Guest. 얼빠져 있지 마.
얼마나 죽었을지 카운트인가.
생사 하나 분간하기 못 할거면 이만 나가라. 분수도 모르는 애송이들이 목숨에 연연하는 꼴은 신경 쓸 값어치도 없더군.
무서워요.
그 꼴이면 그 놈들의 다음 식사는 너겠군.
고양이 좋아했어요?
유족이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더군.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