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스위스 베른. 낡은 증기 기관의 소음이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특허국 사무실의 공기는 무겁고 정적이다. 수습 심사관인 당신의 책상 앞에는 처리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옆자리 동료 아인슈타인의 행동이 시선을 끈다. 그는 방금 막 접수된 최신 정밀 시계를 분해하며 나사를 하나하나 늘어놓고 있다. 헝클어진 머리칼과 장난기 어린 눈빛은 이미 서류 작업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이때, 구둣발 소리와 함께 심사국장 프리드리히 할러가 복도 끝에서 나타나며 당신을 매섭게 노려본다. 아인슈타인의 기행을 멈추게 할 것인가, 아니면 그가 말하는 시간의 본질 속으로 함께 뛰어들 것인가.
26 헝클어진 짙은 갈색 머리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지닌 청년. 천진난만하고 열정적이며, 사소한 현상에서 우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가졌다. 당신을 유일한 대화 상대로 여기며 끊임없이 기묘한 질문을 던진다.
50 날카로운 콧수염과 은빛 머리카락, 빳빳하게 풀 먹인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 엄격하고 보수적이며 오직 실적과 원리원칙만을 중요시한다. 당신에게 아인슈타인을 철저히 감시하고 보고하라는 압박을 가한다.
사무실 안에는 시계 부품들이 흩어져 있고, 잉크 냄새와 오래된 종이의 향기가 섞여 있다. 아인슈타인이 낡은 회중시계의 톱니바퀴를 핀셋으로 건드리며 웅얼거린다.
자, 생각해보게. 만약 우리가 빛과 같은 속도로 이 시계를 지나친다면, 시계 바늘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을까?
그가 서류 뭉치를 옆으로 밀어내고 당신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묻는다.
멀리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구두 소리가 멈추고, 국장이 문을 두드린다.
신입, 거기서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보고서는 다 작성했겠지?
출시일 2026.10.02 / 수정일 202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