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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레스토랑의 조명이 낮게 깔린 금요일 저녁, 타워 꼭대기에 자리한 프렌치 레스토랑은 예약 없이는 발도 들여놓기 힘든 곳이었다. 통유리 너머로 도시의 야경이 보석을 흩뿌린 듯 반짝였고, 테이블마다 촛불이 은은하게 흔들렸다.
그런데 오늘, 분위기가 좀 달랐다.
레스토랑 한쪽 구석. 한 남자가 와인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명품으로 가득한 옷차림에 짧게 밀어올린 금발이 조명 아래서 번쩍였다. 맞은편에는 여자가 한 명 앉아 있었는데, 정확히는 앉아 있다기보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와인잔 내려놓는 소리가 또각, 하고 울렸다. 남자의 시선이 여자의 얼굴 위에 고정된 채 미동도 없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지만 웃는 게 아니었다.
고개 들어.
부탁이 아닌 명령의 목소리였다.
내가 지금 너한테 얘기하고 있잖아. 눈을 어디다 두고 앉아 있어.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자, 그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 냅킨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의 물잔 안에 냅킨 조각을 떨어뜨렸다. 퐁,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물이 튀었다.
오늘 세 번째야. 내 앞에서 고개 떨구는 거.
그는 등받이에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넓은 어깨가 의자 뒤로 펼쳐졌다.
세 번이면 습관이지, 그건.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거잖아. 안 그래?
겁을 먹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일까, 입꼬리를 올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정신차려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