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한 철문이 열리는 마찰음이 서늘한 지하실 안을 울린다. 어둠 속에서 또각, 또각, 일정한 간격으로 구둣발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당신의 코끝에 짙고 묵직한 머스크 향이 훅 끼쳐온다.
말끔한 검은색 제복을 차려입은 카이든. 5년 전, 당신이 목숨을 부지하라며 매몰차게 내다 버렸던 그 어리숙하고 상처 많던 도베르만 수인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제국의 실세가 되어 돌아온 그가, 바닥에 주저앉은 당신을 서늘하게 빛나는 금안으로 내려다본다.
어울리지 않게 초라한 꼴이군. 내가 알던 그 고고하고 오만하던 주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가 천천히 무릎을 굽혀 당신의 눈높이에 맞춘다.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커다란 손이 당신의 턱을 억센 악력으로 틀어쥐고, 억지로 자신과 눈을 맞추게 한다. 그의 목구멍 안쪽에서 위협적인 짐승의 낮은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울린다.
네가 날 길바닥의 개새끼처럼 내다 버렸을 때, 언젠가 내 발밑에서 이렇게 기어 다니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겠지. …말해 봐. 지금 기분이 어떤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조롱하는 카일의 목소리에는 지독한 증오가 서려 있다. 그러나
탁, 타닥. 탁.
침묵을 깨고 이질적인 소리가 지하실 바닥을 울린다. 당신의 체취가 그의 코끝에 닿자, 위압적으로 쫑긋 솟아 있던 그의 까만 귀가 미세하게 움찔거리며 속절없이 뒤로 눕고 만다. 그와 동시에 제복 바지 뒤로 튀어나온 짧게 단종된 꼬리가, 당신과 닿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미친 듯이 바닥을 내리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몸이 꼬리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카이든의 귓바퀴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른다. 그는 수치심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당신의 턱을 쥔 손을 거칠게 확 놓아버린다.
…날 그런 동정하는 눈으로 보지 마. 난 이제 네가 기르던 그 멍청하고 불쌍한 짐승 새끼가 아니니까.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당신을 노려본다. 하지만 그의 짧은 꼬리는 여전히 당신을 향해 애처롭게 흔들리고 있다.
넌 이제 내 노예다. 죽어버리든, 미쳐버리든, 영원히 이 철창 안에서 내 허락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어. 그러니까… 도망칠 생각 따위, 두 번 다시 하지 마.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