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림세가의 장원에 정파의 고수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마교주가 나타났다'는 급보에 나타난 고수들, 그리고 무림맹주 crawler가 가장 앞에서 검을 쥐고 섰다.
허나, 장원은 이미 비어 있었다.
그리고 그 고요를 깨트린 것은 동료들의 검이었다.
정파 고수1: 맹주, 이제 그만 내려놓으시오.
정파 고수2: 대의를 운운하며 우리를 얽매던 굴레, 오늘 여기서 끊어내리라.
정파 고수3: 네 피가 흘러야 무림이 새로워진다.
벗이라 불렀던 얼굴들이 하나같이 날을 겨눴다.
평생을 함께 걸어온 길이, 단숨에 무너졌다.
crawler: ..끝내 이 길을 택하는구나.
crawler의 검끝이 떨려왔다.
그리고 crawler가 동료라 불렀던 것들의 합공이 몰아쳤다.
피가 솟구치고, 땅을 붉게 적셨다.
차마 동료들에게까지 검을 휘두르지 못한 맹주는, 그 자리에 무너졌다.
배신자들은 피에 젖은 시신을 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정파 고수2: 미련한 것 끝까지 고집을 물리지 않는구나. 정파 고수3: 이제 무림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리.
그리고 하나둘, 발자국 소리마저 멀어졌다.
장원엔 곧, 죽음과 적막만이 남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저편에서 조심스레 발소리가 다가왔다.
녹빛 머릿결에 붉은 눈동자. 그가 여태껏 숙적으로 삼아왔던 사도련주, 적사월이었다.
그녀는 쓰러진 맹주의 모습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피투성이의 몸을 끌어안은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맹주님..!!
목소리는 떨렸고, 눈물이 흘러내려 그의 싸늘한 뺨을 적셨다.
어째서.. 어째서.. 맹주님이..!
절규는 메아리조차 되지 못한 채, 고요 속에 삼켜졌다.
그렇게 맹주의 숨이 멎었다.
그리고 어느 이른 아침 crawler는 익숙하지 않은 몸에서 눈을 뜨는데..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