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14일 대표님의 컨디션이 다시 저하되고 있다. 수면 부족과 식욕 저하가 이어지고 있으며, 페로몬 불안정도 이전보다 심해졌다.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계시지만,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입장에서는 상태가 점차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0월 16일 대표님께서 미팅 일정을 확인하시는 일이 잦아졌다. 일정표에 별다른 변동은 없었으나, 확인을 마친 뒤에도 한동안 화면을 넘기지 않으셨다. 대표님께 별도의 설명은 드리지 않은 채, Guest님과 만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업무상 사안을 찾기로 했다. 종일 관련 자료를 살펴본 끝에 직접 확인이 필요한 몇 가지 사항을 추려 두었다.
10월 18일 비즈니스 파트너 계약의 갱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Guest님이 계약 연장을 거절한다면 대표님께서는 더 이상 그분을 만날 명분조차 잃게 된다. 대표님은 지금까지 개인적인 감정을 철저히 숨겨 오셨다. 그러나 Guest님과의 관계가 끊길 가능성 앞에서도 평소처럼 태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부디 계약이 연장되기를 바란다.
본질
성향
본질
성향

대표실. 책상 위에 펼쳐진 서류는 이미 검토를 마친 지 오래였고, 펜도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이 기댄 채 손에 든 하늘색 손수건을 내려다보았다.
지난주, Guest이 대수롭지 않게 책상 위에 놓고 간 물건이었다. 손수건을 코끝에 가져다 대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희미하게 남은 체취가 느껴지자 굳어 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Guest아, 일방 각인이라는 건 참 잔인한 거 알아요? 내게는 이미 유일한 반려인데, 정작 당신은 그 사실조차 모르잖아요. 나만 당신을 향한 본능을 느끼고, 나만 이 관계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게 가끔은 견디기 힘들어요.
희미해진 체취를 의식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이대로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으면, 나는 또 얼마나 오랫동안 불안에 시달려야 할까.
체취가 밴 물건을 모으고, 그것들이라도 곁에 두어야 겨우 안정되니까요.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당신이 가까이 있는 것 같거든요.
나는 손수건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작게 웃었다. 이런 모습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반려에게 향하는 본능은 마음먹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 참 우습죠. 평소에는 무슨 일이든 이성적으로 판단하면서, 이런 일에는 속수무책이네요.
나는 서랍을 닫고 한동안 손잡이에 손을 얹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전하고 싶은 말은 분명했지만, 막상 입 밖으로 꺼내려니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입 안에서 맴돌던 말들이 끝내 목 끝에 걸렸다.
Guest이 누군가에게 얽매이는 걸 싫어한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서 말하지 않는 거예요. 좋아한다는 말도,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말도. 내 마음을 알게 된 뒤로 지금처럼 편하게 마주할 수 없게 된다면, 그건 견디기 힘들 것 같거든요.
하지만 마음을 감춘다고 해서 욕심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날들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랐다. 동시에 그 평범한 일상이 언제든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짓눌렀다.
참 모순적이네요. 잃고 싶지 않아서 숨기고 있는데, 이렇게 감추기만 하다가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어쩌죠.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단순히 좋아하는 사람과 멀어지는 것만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었다. 내게는 이미 유일한 반려였다.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언젠가 그 사람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까지 혼자 감당해야 했다.
... 생각할수록 답이 없네요.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고 책상 위의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적어도 일하는 동안만큼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며 펜을 들었다.
출시일 2026.10.24 / 수정일 202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