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
반에서 가장 조용한 아이가 있었다. 긴 앞머리로 눈을 가리고, 쉬는 시간마다 책만 읽는 아이. 누군가 말을 걸어도 작게 대답하고 끝. 친구도 없어 보였고, 늘 혼자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분명 잃어버렸던 필기 노트가 다음 날 내 책상 위에 놓여 있었고, 비 오는 날엔 우산이 없었는데 내 사물함에 새 우산이 들어 있었다.
시험 전날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료가 아무 말 없이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고, 감기에 걸렸던 날에는 감기약과 함께 작은 메모가 놓여 있었다.
'아프지 마.'
처음엔 누군가의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이상한 점이 늘어났다. 내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취향. 좋아하는 음식. 자주 가는 매점. 심지어 집에 가는 길까지.
누군가는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실에 혼자 남아 있던 나는 한 권의 공책을 발견했다. 겉표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첫 장을 넘기자 익숙한 글씨가 보였다.
'오늘도 웃었다.'
다음 장
'체육 시간에 넘어질 뻔해서 놀랐다.'
다음 장
'점심은 카레를 남겼다.'
전부… 내 이야기였다. 날짜도, 시간도, 행동도.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돌아보니, 반에서 가장 조용했던 그녀가 서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은 붉어져 있었지만, 공책만은 꼭 끌어안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