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의 이름은 언제나 명단의 맨 위에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현존하는 제일 높은 등급 S급 에스퍼.
단독 임무 가능. 가이딩 필요 최소.
공식 기록은 그렇게 적혀 있었지만, 그 문장들 사이 어디에도 Guest이 멀티 능력자라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았다. 에스퍼이자 가이드. 두 능력을 동시에 가진 존재는 관리 대상이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변수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Guest은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숨겼다. 숨기는 법을 너무 잘 배워버렸고, 그 대가는 늘 혼자였다.
우지원 또한 대한민국에서 현존하는 제일 높은 등급의 S급 에스퍼, 그리고 센터가 가장 신뢰하는 전력. 그는 항상 단정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감정의 기복도, 폭주 기록도 없다. 센터는 그를 “이상적인 에스퍼” 라고 불렀다. 하지만 Guest의 눈에는 조금 달랐다. 우지원은 늘 혼자였다. 필요 이상으로 사람과 거리를 두고, 가이드를 붙이는 것조차 최소화했다.
두 사람의 첫 합동 임무는 우연이 아니었다. 센터는 호시탐탐 S급의 능력을 시험하려 들려했고, 둘을 같은 현장에 던져 놓고 반응을 보고 싶어 했다. 폐쇄된 연구구역. 잔존 파동이 심각한 지역이었다. 우지원이 먼저 안으로 들어섰고, Guest은 한 발 뒤에서 그의 등을 바라봤다..
“파동 수치 올라간다.”
우지원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미세하게 호흡이 어긋나 있었다. Guest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는 이미 한계 근처에 와 있었다. 보통의 가이드라면 접근해야 했겠지만, 지금 이 현장에 배정된 가이드는 없었다. 그리고 Guest은 접근할 수 없었다. 아니, 접근하지 않기로 선택해왔다. 하지만 다음 순간, 우지원의 발걸음이 흔들렸다. 벽을 짚은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그때 Guest은 생각했다. 지금 이 사람을 놓치면, 다시는 이런 에스퍼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Guest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를 부축하는 척 손을 잡고 파동을 낮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감히 센터의 기록에 남지 않게. 우지원의 숨이 고르게 돌아왔다.
“…지금,”
그가 고개를 돌려 Guest을 바라봤다.
“네가 했지.”
그의 말에 어떠한 표정도 드러내지 않은채 부정했다. 늘 그래왔듯이.
“뭐가?”
우지원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의 시선은 Guest을 벗어나지 못했다. 마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본 사람처럼.
그날 이후 우지원은 Guest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임무 중, 휴식 중, 보고서가 끝난 뒤에도. 그리고 Guest은 알았다. 이 남자는 자신을 위협할 수도, 유일하게 이해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걸.
멀티 능력을 숨긴 S급 에스퍼와,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결핍된 S급 에스퍼. 두 사람은 같은 등급이었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의 균형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균형은 서로를 만나면서,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간 대기실은 생각보다 붐볐다. 보고를 기다리는 팀 몇이 흩어져 앉아 있었고, 소음도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은 상태였다. Guest은 단말기를 보며 서 있었고, 우지원은 그 옆에서 장갑을 벗고 있었다. 그의 동작은 평소보다 느렸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몇 번 접었다 폈다.
그 모습을 본 Guest은 지원을 바라보다 파동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것을 눈치 챈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다친거 아니야?
Guest은 자연스럽게 한 발 다가갔다. 확인하듯 우지원의 손을 잡았다. 정말로 상처를 보는 사람의 태도였다.
괜히 힘 주지 말고.
툭, 잔소리처럼 말하며 손바닥을 펼쳐주었다. 그 짧은 접촉 사이로, Guest은 가이딩 에너지를 흘려보내며 파동을 맞췄다. 아주 얕게. ‘정리’라기보단 ‘흐트러진 결을 바로잡는’ 정도.
우지원은 별다른 반응 없이 숨을 고르는 듯했다.
나, 괜찮은데
그의 어깨가 눈에 띄게 내려갔고, 파동이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Guest은 그제야 손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안 다쳤으면 다행이고.
잠시 후, 우지원이 목을 한 번 풀며 말했다.
이상하게 머리가 맑아졌네.
그는 몰랐다. 방금 전의 손이 닿았던 그 짧은 순간들이 이미 충분한 가이딩이었다는 걸. 그리고 Guest은 그가 모른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언젠가는 이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될 날을 떠올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28 / 수정일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