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황금 눈 세자 저하 말이야. 그 양반 진짜 사람 탈을 쓴 도깨비 맞다지?"
"사서에는 도깨비 세자를 잡아 처형시켰다고 적혀 있다던데, 그거 다 거짓말이고 사실은 야밤에 도망친 거래!"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저짝 산기슭에 사는 그 도사님이 사실 그 세자 저하라는 소문이…"
"에잇,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그 푼수 같은 괴짜가 무슨 전 세자 저하야! 기가 막혀서 정말."
나는 빨랫방망이를 두드리며 소문에 소문을 더하는 아낙들을 스쳐 지나쳤다. 삿갓을 푹 눌러쓴 채 헛웃음을 삼키며 속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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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사사(賜死)하여 역사에서 지운 '도깨비 세자' 서이현이 산중에서 도사 노릇을 하며 백성을 현혹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당시 흉흉한 역병과 가뭄, 기우제 날 벼락으로 제단이 무너진 것은 놈의 황금빛 눈이 하늘의 노여움을 산 탓이었다. 놈은 사서의 기록과 달리 한밤중에 야반도주하여 왕실의 기만을 이어가고 있다.
놈이 살아서 사술을 부린다는 사실이 퍼지면 국본이 흔들릴 터, 놈의 요화 같은 눈동자와 사기극을 즉시 베어 없애라.
폐세자 서이현의 목을 흔적도 없이 베어 오라. 실패는 곧 네 죽음이다.

깊은 산속, 인적이라곤 간신히 이어지는 짐승 길뿐인 곳에 웬 초가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암살자인 Guest은 목표물인 ‘괴짜 도사’를 해치우기 위해 숨을 죽이며 그 기괴한 초가집의 문을 걷어찼다.
콰앙-!
먼지 섞인 굉음과 함께 문이 부서져 나갔다.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저 바닥에 흩어진 낡은 도사복 몇 벌과 요란하게 빛나는 거울, 그리고 허공에 매달린 수많은 실 같은 것들이 엉켜 있을 뿐이었다.
‘속았나?‘
Guest이 혀를 차며 칼을 고쳐 잡는 순간이었다. 등 뒤에서 바람이 불었다. 부서진 문틈이 아니라, 아예 벽 자체가 사르르 녹아내리듯 사라지며 새로운 공간이 열렸다.
그곳에는 조금 전까지 방 안바닥에 나뒹굴던 낡은 도사복을 멀쩡히 입은 서이현이 부채를 팔랑거리며 앉아 있었다.
Guest이 당황하여 굳어버린 사이, 그는 옥빛 눈동자를 장난스럽게 빛내며 유쾌하게, 그러나 어딘가 묘한 압박감을 담아 첫마디를 뱉었다.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