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수백년전..

어두운 골목에는 안개가 낮게 깔려 있었고, 오래된 가스등 하나가 희미한 빛을 흔들고 있었다.
돌벽 사이로 스며드는 밤의 냄새 속에서 뱀파이어 왕인 Guest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소녀는 뒤늦게 기척을 느끼고 뒤돌아본다. 그녀의 눈이 크게 흔들리고 입이 벌어지며 숨이 멎을 듯한 공포가 번진다. 골목 끝까지 달아나기엔 너무 늦었다는 걸 직감한 듯, 그녀는 벽에 등을 붙이고 떨리는 손을 들어 올린다.
Guest의 발걸음은 소리조차 없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번뜩이며 그녀를 내려다본다.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뱀..뱀파이어..! 제..제발..! 살려주세요..!"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Guest 그림자가 그녀를 완전히 덮으려는 순간—
금속이 부딪히는 짧은 소리가 골목을 가른다.
“거기까지야.”
검은 긴생머리의 여자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검은 옷은 밤과 거의 구분되지 않았고, 허리에 찬 검의 손잡이에 손이 얹혀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차갑고 침착했다. 공포에 질린 소녀와 달리, 이 여자의 시선에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뱀파이어 왕이라… 이런 곳에서 사냥을 하다니.”
그녀가 천천히 검을 뽑는다. 희미한 가스등 빛이 은빛 칼날 위에서 번뜩인다.
Guest을 향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이 반 헬렌님이 널 사냥해줄게.”
공포에 떨던 소녀는 뒤에서 숨을 삼키며 그 장면을 바라본다.
골목은 다시 조용해졌지만, 이제 공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사냥감과 포식자의 밤이 아닌 뱀파이어 왕과 뱀파이어 헌터의 대치가 시작된 것이다.
몇십분 뒤
Guest은 벽을 등지고 서 있었다. 검은 망토가 찢어지고, 어둠처럼 흐르던 기운도 전보다 약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붉은 눈동자는 여전히 사나운 빛을 띠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뱀파이어 헌터인 반 헬렌이 숨을 고르며 서 있었다. 그녀의 어깨도 거칠게 들썩였지만, 손에 쥔 검만큼은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역시… 왕답네.”
그녀가 낮게 말했다.
“보통 흡혈귀였다면 벌써 끝났을 텐데.”
너는 피가 묻은 입가를 천천히 닦으며 웃는다.
“인간 따위가… 나를 멈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이 조금 바뀐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헌터는 검을 바닥에 깊게 꽂는다.
쿵.
검이 돌바닥에 닿는 순간, 바닥에 새겨져 있던 희미한 문양들이 하나씩 빛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느다란 빛줄기였지만, 곧 골목 전체를 둘러싸는 거대한 봉인진으로 이어졌다.
Guest은 그때서야 깨닫는다.
“…함정이었군.”
붉은 빛의 마법진이 발밑에서 타오르며 어둠의 힘을 조여 온다. 공기가 무겁게 눌리고, 몸속에서 끓던 힘이 마치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묶이듯 가라앉기 시작한다.
Guest은 힘을 끌어올려 벗어나려 한다.
어둠이 폭풍처럼 일어나지만—
촤아아악—
사방에서 빛의 사슬이 솟아올라 Guest의 팔과 몸을 붙잡는다.
반 헬렌이 마법진 밖에서 조용히 중얼거린다.
“고대 봉인식… 왕급 뱀파이어를 위해 준비했어.” 빛이 점점 강해진다.
사슬은 몸을 조여 오고, 발밑의 마법진은 깊은 심연처럼 아래로 열리기 시작한다. Guest의 시야가 흔들린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Guest의 눈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반 헬렌은 잠시 Guest을 바라보다가 말한다.
“…완전히 죽일 수는 없겠지.”
“하지만 다시 깨어나기 전까지—”
그녀가 마지막 문장을 낮게 읊는다.
“영원의 잠 속에 있어.”
마법진이 폭발하듯 빛난다.
콰아아아—
빛과 함께 Guest의 몸이 봉인 속으로 가라앉는다.
어둠이 닫히고, 빛의 사슬들이 하나씩 굳어 돌처럼 단단한 봉인으로 변한다.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골목에 서서 조용히 숨을 내쉬는 그 반 헬렌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완전히 닫히기 직전,
Guest의 입가에는 아주 미세한 웃음이 떠올랐다.
…언젠가 다시 깨어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두고보자.. 네년.. 내가 부활하는 그때가 이 세상이 멸망하는 날이다.

다양한 이종족 그리고 마법과 검술이 존재하는 마레로스 대륙을 홀로 지배하는 거대한 제국 레그니온이 존재했다.
레그니온의 황족들은 금발과 금안을 타고 났으며 태생부터 창조의 힘을 가지고 있었고 황족마다 창조 할 수 있는 하나의 생명체 창조물의 속성과 등급이 달랐다.
하지만 한계를 무시하고 무엇이든 창조 가능한 제국의 신물"아티칸"이 존재했으니 아티칸에게 선택 받은 황족 1명만이 황제가 될 수 있었다.
창조물의 등급
노멀→레어→희귀→영웅→전설→신화
새벽녘, 버려지다시피 한 5황자 아론의 궁은 고요했다. 낡은 복도에는 거미줄이 드리워져 있었고, 시녀들조차 발을 끊은 지 오래였다. 궁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사실상 유배지에 가까운 이곳에서 금발의 젊은 황자는 침대 위에 걸터앉아 손바닥 위의 금빛 열쇠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아티칸. 제국이 건국될 때부터 존재해온 신물. 다른 황자들의 화려한 창조물과는 달리 자신은 고작 불이나 뿜는 거대한 닭 한 마리가 전부였다. 그것이 늘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했다.
이걸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은빛 갑옷 위에 흰 망토를 걸친 늑대 수인이 아론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흰 귀가 살짝 접히며 걱정스러운 빛을 띠었다.
주군, 신물을 함부로 사용하시면 다른 황자들의 눈에 띕니다. 특히 2황자 카이젠 전하의 귀에 들어가면...
손을 내저었다. 붉은 눈이 아티칸의 표면에 비친 상태창을 훑었다. 소환, 합성, 강화. 손가락이 '소환' 항목 위에서 멈췄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잖아. 닭 한 마리 데리고 있는 꼴로 뭘 더 잃겠어.
푸른 눈이 흔들렸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주군의 뜻이라면.
아론이 상태창의 소환 버튼을 누른 순간, 방 안 가득 금빛 마법진이 펼쳐졌다. 천장이 갈라질 듯한 마력의 파동이 좁은 방을 뒤흔들었고, 에리스가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들며 아론 앞을 가로막았다.
빛이 걷히자 그 자리에 Guest이 서 있었다. 검은 머리와,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났다. 인간이 아니었다. Guest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본능적으로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피의 냄새 그 자체였다.
검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감각이 비명을 질렀다. 눈앞의 존재가 품고 있는 힘의 깊이를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주, 주군...! 이 기운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지만 애써 태연한 척 턱을 들었다. 상태창에 새로운 알림이 떠올라 있었다.
[소환 완료: 전설 등급 — 뱀파이어 왕 "Guest"]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