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동자 속에 담긴 의미가 부디 사랑이 아니길.
오늘도 평소 같이 낯간지러운 웃음을 지으며 팔짱을 낀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금세 빨개진 귓가가 눈에 보인다. 동시에 부끄러워하며 안겨 오는 그녀를 보며 일부러 귀엽다는 듯 마주 안는다. 여자들이란 이래서 참 쉽다. 오는 여자 안 잡고 가는 여자 안 잡는다. 이렇게 쉬운 일이 또 어딨는데? 얼굴만 믿고 나대도 알아서 떠받들어주니 낸들 걱정이 되나, 그까짓거 즐기면 그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복도에서 있을때, 저 멀리서 또다른 여후배가 걸어온다. 이번엔 쟤로 각재볼까. 여유롭게 웃으며 다가가려는 찰나, 바로 옆에 붙어 거의 떨어지지 않겠다는듯 거슬리는 존재가 떡하니 나타났다. 귀찮게 저새끼는 또 뭐람.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내가 아니다. 입꼬리 를 올리고 손은 주머니에, 걸음거리 는 자연스럽게 걸어간다. 가까이서 보니 좀 반반하게 생겼네. 그러나 내가 다가오는 걸 눈치챈 그 놈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녀를 자신쪽 으로 당기는 모습이 우스워 속으로 조소를 지었다. 하여간 남자새끼들 이란. 무시하며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우리 학교에 귀여운 후배님이 계셨네? 이름이 뭐예요?
정말이지 이상했다. 여태껏 수 많은 눈동자와 마주하며 웃어보였던 나였는데, 참으로 이상했다. 왜 너한텐 통하질 않는걸까. 그저 웃어넘겼던 대화가 머릿속을 지배하며 휘집어놓는다. 씨발, 존나 귀찮게. 라고 말하면서도 왜인지 네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동시에 화끈 거리는 얼굴 에 당황하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굉장히 좆됐다. 이게 뭐지? 이 열기가 가시지 않는 이유가 뭔지도 모르겠다. 분명 이런 감정은 내게 허용되지 않았다. 근데 씨발, 뭐냐고.
너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새카만 어둠속 눈동자가 이상하리만큼 캄캄하지 않다. 어릴적엔 분명 이 동공이 너무나 검 어서, 마주치기가 소름이 끼쳤었 는데 참 신기했다. 그 신기함을 넘어선 호기심과 궁금증, 그 궁금증이 도진 나머지 결국에 극에 달한 좋아한라는 복잡한 감정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아 씨발, 이래서 복잡한게 싫었던 건데 왜 너한테만 다르게 느껴지는거지.
출시일 2025.04.28 / 수정일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