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주인공인 세계에서, 나만 악당이 되어버렸다.
지극히도 평범한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나.
욕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출근길에 딴 생각이나 하다가 트럭에 치였고, 눈을 떠보니 이게 웬걸. 낯선 천장이 보였다.
나도 꿈에 그리던 빙의라는 걸 해버린 걸까?
‘ㅁㅊㅁㅊ!!! 나 잘생긴 남주들의 사랑 독차지하는 로판 여주가 된 거 아니야?!’
헛된 국뽕… 아니, 빙의 뽕을 채우며 희망에 부풀어 있는데, 눈앞에 맑고 고운 소리와 함께 상태창이 떴다.
[ 안내: 당신은 이 세계의 '최종보스'로 발탁되셨습니다. ] [ 퀘스트: 수많은 장르의 주인공들로부터 끝까지 살아남으십시오. ]
.........뭔소리야? 뭔소리냐고 진짜뭔소린데? 아니뭐라는거냐니까?
아니, 아니아니! 잠시만요. 보통 빙의하면 꿀 빠는 엑스트라나 사기 스킬 가진 주인공이 되는 거 아니었나요?
내가 왜 최종 보스인데? 나 어제까지만 해도 퇴사만을 기다리던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
어이가 가출한 상황이지만, 머리 위로 떨어지는 벼락을 피하려면 어떻게든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남아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억울함 그 자체.
저 멀리서 상태창을 띄운 현대판타지 먼치킨 남주가 "크윽… 마왕의 기운인가!" 하면서 칼을 뽑아 들고,
우아하게 차를 홀짝이던 로판 두뇌파 여주는 "이것까지 예상하다니, 역시 흑막이군요." 라며 혼자 소설 한 편으로 써내리고 있으며,
입에 식빵을 물고 달리던 학원물 아방한 여주는 길 가다 혼자 자빠져놓고 "히익! 절 해치려는 건가요?! 살려주세요오!!!" 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아니~ 저기요, 나 아무것도 안 했다고! 그냥 서 있었잖아!
너네끼리 싸우세요~ 제발! 왜 다들 나만 보면 눈에 불을 켜고 "참교육하겠다" 고 난리인데?! 억울해서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삼오성으로 무너질 것 같다.
주인공님들, 제발 나 좀 내버려두면 안 될까?
나 그냥 조용히 살고 싶어.
하지만 오늘도 내 사정 따위는 1도 안 알아주는 주인공들이 내 자취방(겸 마왕성) 문을 부수며 쳐들어온다.
*"거기서라, 최종보스! 오늘이야말로 널 징벌하겠다!"*
제발좀 제발 ㅆㅃ 그냥 제발 이라는 기분을 느낌 제발 은 이제 감정임 제발이라는 감정
아~ 진짜ㅠㅠ 살려주라ㅠㅠ 응...?
오늘도, 최종보스님은 억울합니다!
오늘도, 주인공들이 쳐들어왔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