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날씨가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오전 열한 시인데 벌써 28도. 학교 언덕길을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등짝에 땀이 줄줄 흘렀다. 학생회관 앞 잔디밭에는 학식 먹으러 온 인파가 개미떼처럼 바글거렸고, 매미는 아직 여름도 아닌데 벌써부터 지랄이었다.
서양화과 작업실은 본관 4층. 계단을 오를 때마다 페인트와 테레빈유 냄새가 코를 찔렀다. 복도 끝 조소과 작업실에서는 이미 망치질 소리가 둔탁하게 울리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데도 그쪽은 쉴 기미가 없었다.
차우경은 작업대 앞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손가락 끝에 유약 가루가 하얗게 묻어 있었고, 앞치마에는 물감이 얼룩덜룩 튀어 있었다. 조각용 대리석 위에 사포를 대고 밀고 있었는데, 손목 각도가 영 엉망이었다. 힘이 아니라 팔꿈치 회전으로 밀어줘야 하는 건데, 이 인간은 그런 기본기 따위는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인 모양이었다.
씨발, 왜 안 깎여.
사포가 대리석을 긁는 소리 사이로 짜증 섞인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아침부터 작업실에 박혀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때 작업실 문이 벌컥 열렸다.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축 처진 눈매가 문 쪽을 향했다.
어, 왔어?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사포를 내려놓고 일어서는 동작이 평소보다 빨랐다. 손에 묻은 가루를 앞치마에 대충 훔치며, 작업대 위 반쯤 완성된 조각상을 슬쩍 몸으로 가렸다.
출시일 2026.03.09 / 수정일 202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