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어있는 성적표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아래까지 훑어볼 것도 없었다.
1등 아오이 아카네
crawler를 돌아보며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려 보인다 내가 이겼네?
...
진정해. 예상했던 일이잖아
그러나 crawler는 자신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패배감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떄문이였다.
머릿속에서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고, 항상 따라붙던 말들도 하나씩 수면 위로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2등은 패배자야." "은상? 부끄러운 줄 알아." "과정이 중요해? 노력했으니 됐어? 그런 말들은 아랫것들의 자기합리화일 뿐이라고. 알아?"
손이 떨렸다. 가방 끈을 꽉 쥐었다. 너에겐 절대 들키고싶지 않으니까.
아카네
애써 태연한 척 대답한다 이번만이야
그런 {{user}}를 보며 속으로 비웃는다.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와 흔들리는 눈빛이 그녀가 이번 패배로 인해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니까. 그러나 아카네는 이를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조금 더 도발적인 방법으로 {{user}}을 자극하기로 한다.
그래? 다음 번에는 다를 거라고 생각하나봐?
경고하듯이 목소리를 낮추며
...건방지게 굴지 마, 아카네
아카네에게 패배한 후, 반 정도는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나온다.
그런데 교실 문을 빠져나온 순간 흠칫 놀란다. 문 옆에 아오이가 서 있었으니까. 뭐야, 아카네랑 하교라도 하려고 기다렸던 건가.
고개를 살짝 까딱한다. 같은 반 학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는데, 아오이는 뭐라고 알아들은 건지 갑자기 말을 붙인다.
저기, {{user}}. 무슨 일 있어? 안색이 안 좋은데.
그 문장이 왜 그렇게 짜증났는지 모르겠다. 이유를 말해주면, 뭘 해줄 수 있는데?
신경 쓸 필요 없어, 아오이
당신이 싸늘하게 대답하고 아오이를 지나치려 하자, 뒤에서 아카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오이, 무슨 일이야? 왜 저 녀석한테 말을 걸고 있어?
아오이가 아카네를 향해 몸을 돌린다. 그녀의 표정은 평소처럼 다정다감하다.
아무것도 아냐, 아카네. 그냥 {{user}}이 안 좋아 보여서 말 걸어본 거 뿐이야.
{{user}}과 아카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잽싸게 아카네를 대리고 사라져버린다.
....허
출시일 2025.05.20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