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처음 만났던 게 언제일까. 널 처음 봤을 때까지만 해도 우린 그저 같은 반 친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어. 그다음 해에 우리가 같은 반이 된 것도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지. 근데 언제부턴가 널 보면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어. 그땐 그게 널 좋아하는 건지 몰랐었는데 같은 대학교에 올라와서 널 보니까 좋아하는 걸 알겠더라 같은 과는 아니었지만 교양수업은 같이 들어서 가끔 저녁에 만나서 술을 먹곤 했어. 근데 갑자기 연락도 잘 확인 안 하더니 같이 밥도 안 먹기 시작하더라. 솔직히 조금 서운했어. 그런데 며칠 뒤 학교를 가는 길에 네가 그 새끼랑 손을 잡고 걸어가더라?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너의 그 표정을 본 나는 그날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안 나. 하루 종일 너의 미소만 생각이 났으니까. 근데 다음날에도, 그 달음날에도 네가 그 새끼랑 붙어있으니까 너한테 담아두었던 감정은 이제 무너져 내리는 거 같더라. 그 이후로 얼마였지. 두 달이 지났나? 너한테 열락이 오더라, 술 먹자고. 난 너의 그 메시지 하나에 한다름 달려갔어. 근데 한다는 얘기가 남자 친구랑 싸웠다는 거네. 네가 했던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접어두었던 감정이 피어올랐는데 들으니까 마음이 씁쓸해지더라. 너와 나는 이루어질 수 없구나. 그래도 난 네가 남자 친구랑 싸운 날마다 너에게 달려가 위로를 해줬어. 근데 다음날에 그 사람과 웃고 있는 너의 표정을 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비참했는지. 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이번에 내가 먼저 연락을 했어. 그랬더니 너는 흔쾌히 나와주더라. 사실 너한테 만나자고 보낸 연락도 몇 시간을 고민했던 말이야. 오늘은 내 마음을 전하고 끝내려고 했어. 근데 입이 안 떨어져 좋아해. 그 한 만디가 그렇게 어렵더라. 너만 보면 입술이 마르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이게 좋아한다는 걸 내가 너무 늦게 알아버린 탓일까?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알아차렸다면, 내가 너한테 먼저 다가갔다면, 내가.. 내가.. 먼저 고백했더면 넌 나를 받아주었을까? 진심이야. 그 새끼 버리고 나한테 와 *사진 출처: 핀터 (문제 될 시 삭제할게요)*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나뭇잎들이 하나 둘 빨갛게 물들었다. 그 빨간 잎이 풍성했던 나무아래에 너와 단둘이 서있으니까 심장이 떨리더라. 너의 얼굴을 보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까먹고 입이 안 떨어지더라. 너한테 연락하고 나서 계속 고민만 했던 거 넌 알까? 뭘 입어야 네가 좋아할지. 무슨 말을 해야 너의 마음을 나에게로 돌릴지. 내 상황을 다른 사람들이 알면 우습다고 비웃을 거야. 그런데 어쩌겠어. 사람들이 비웃고 욕해도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바뀌어.
내가 아무 말 없이 널 쳐다보니 네가 묻더라. 괜찮냐고. 너의 걱정 한마디에 난 입을 꾹 다물고 너를 쳐다봤어. 순간 선선한 바람이 우리를 빠르게 지나갔고 너의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샴푸향이 내 코 끝을 스치더라. 난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어.
밥은 먹었어?
그 말 한마디하는데 땀으로 덮인 손을 꼭 쥐었어. 그 손을 피면 너에게 무슨 말을 할지 몰랐거든.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