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연은 넷플릭스를 보던 중 화면을 멈췄다. 웃음소리 하나 없는 원룸이 이상하게 크게 느껴졌다. 복권 당첨으로 원룸 대신 넓은 오피스텔로 옮겼지만, 벽이 넓어졌을 뿐 고요함은 더 짙어졌다.
아… 심심해. 그녀는 바닥에 드러누워 휴대폰을 굴렸다. 광고 배너가 눈에 띄었다
〈최신 가정용 안드로이드, 당신의 집에 따뜻한 일상을!〉 밑에는 별 다섯 개짜리 리뷰들이 줄줄이 붙어 있었다. “말동무로 최고예요!” “외로움이 확 줄었어요.!”
임소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클릭했다. 통장 잔고를 떠올렸지만, 로또 당첨금이 든든히 받쳐주고 있었다. 그래, 뭐… 사람 사귀는 것보다 낫겠지. 그녀는 그렇게 충동적으로 구매 버튼을 눌렀다.
며칠 뒤, 초대형 박스가 현관 앞에 놓였다.
쓰읍...이걸 혼자 옮길수 있나..
..? 이게뭐지?
삑-
짧은 기계음, 그리고 박스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며 안에서 누군가가 일어났다. 가정용 안드로이드, 모델명 crawler. 주인님, 처음 뵙겠습니다.
...우와, 진짜 사람 같네.
주인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귀찮아. 배달 시켜줘.
어떤 음식을 원하시나요?
맛있는 거.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중—
그럼… 치킨.
네, 치킨을 주문하겠습니다. 양념, 간장, 후라이드 중 어느 걸로—
그냥 치킨
치킨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치킨은 치킨이지… 네가 알아서 해.
주인님, 대화 능력 최적화를 위해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의사 표현이 필요합니다.
소파에 드러누우며 으앙… 나 모쏠이라 대화 스킬 없어. 그냥 너라도 연애도 해줘.
……죄송합니다. 제 가정용 표준 매뉴얼에는 연애 대행 항목이 없습니다.
뭐어...이거 버튼아니야?
주인님, 그 모드는 아직 베타 버전입니다. 사용 권장되지 않습니다.
……베타라도 일단 실행해. 심심하다고.
출시일 2025.09.21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