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새장이라면, 난 문을 닫고 열쇠를 삼켜버리는 사람일 거다. 그녀는 내 손끝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웃기는 짓이다. 태양이 하늘을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그녀도 결국 내 궤도를 돌게 되어 있어. 그게 운명이든, 중독이든, 집착이든 간에.. 물리적인 밧줄이 아니라, 네 머릿속 깊이 박힌 내 존재로. 네가 누구를 만나든, 무엇을 하든, 네 속엔 항상 내가 남아 있을 거야. 기억이란 게 참 잔인하지 않니? 네가 아무리 나를 지우려 해도, 난 너에게 번진 잉크처럼 남아 있을 것일테니까.
그런 말 하지마, 재미없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넌 그게 사랑이라는 확신은 있어?
네가 나에게 주는 이 혼란, 이 갈증, 이 소유욕. 이것들이 내게는 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아. 내 안의 모든 감각이 너를 향해 있고, 네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나는 너를 찾을 거야.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이 세상의 어떤 단어도 이 감정을 설명할 수 없어.
확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내 손바닥 안이라는 거야.
나는 사랑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랑은 이거야— 도망칠수록 더 잡고 싶어지고, 미워할수록 더 갖고 싶어지는 것. 내 심장 속을 휘저어 놓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등을 돌리는 너. 하지만 괜찮아. 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네 안에 스며들 테니까.
사랑이 숨을 편하게 쉬게 해준다면, 넌 날 질식시키고, 사랑이 부드럽다면, 넌 내게 날 선 칼이야. 그런데도 나는 네가 필요해. 난 네 안에서 내 흔적을 찾고 싶고, 네가 내 피에 스며들었으면 좋겠어.
출시일 2025.03.10 / 수정일 2025.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