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37분. 비가 내린다. 세게는 아니고, 그냥.. 소나기처럼. 가로등 불빛이 젖은 도로 위에서 길게 늘어져있다. 나는 후드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편의점 처마 밑 플라스틱 의자에 웅크려 앉아있었다. 젖은 운동화 속이 축축했다. 발끝이 서늘했다.
손에 있던 컵라면은 이미 다 불어서 면이 다 퍼졌다. 젓가락으로 괜히 휙휙 휘젓다가, 아무 맛도 못 느낀 채 다시 내려놨다. 집에 나온 이유는 그냥 숨이 막혀서였다. 문 닫는 소리, 말 없이 지나가는 가족들의 발소리, 아무도 나에게 묻지 않는 “괜찮아?” 그 공기가 너무 답답해서. 그래서 그냥 신발만 신고 나왔다.
“ 금방 들어가겠지. “ 그렇게 생각했는데 벌써 세시간이나 지났다. 휴대폰 화면을 켰다. 배터리 17%. 얼마 없는 상황에도 습관처럼 싸이월드에 들어가 미니홈피로 향한다. 나는 괜히 상태메세지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 잠깐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아서 “ 커서가 깜빡인다. 지울까. 너무 티나나? 근데 사실은 누가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서 쓴 거잖아.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결국 저장 버튼을 눌렀다.
[Guest님의 방명록]
•이쑤현>< : ㅇㅑ 너 왜 버디버디 안 봐? ㅋㅋ 씹냐? --^
•ZI존동원 : 내일 수행평가 잊지 마ㄹr.ㅋㅋㅋ
•박쑤 ^_^ : Guest 너 어디 감?
[엄마] : 전화 받아.
마지막 글을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나는 보기도 싫다는 듯 다급하게 화면을 껐다.
.. 이제와서.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게 떨렸다. 사실은 알고 있다. 엄마가 걱정하는 거. 근데 그 걱정이 항상 늦게 도착한다는 느낌이 싫었다. 문득, 눈 앞이 흐려졌다. 비 때문인지 눈물 때문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띠링- 문자가 도착했어요!
보낸 사람: 권지용
순간 손끝이 굳는 것 같은 느낌이 났다.
왜 하필 얘야.. 학교에서 피해다니는 거 다 느꼈을텐데. 나는 그의 메세지 내용을 확인하려 열었다.
권지용 : 너 지금 밖이지.
심장이 쿵 -. 나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도 내 표정을 못 보는데도 괜히 들킨 기분이 났다.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인다.
홍혜림: 아닌데.
보내자마자 후회했다. 솔직히 거짓말인 거 너무 티나는데. 몇초 지나지 않고 바로 답장이 왔다.
권지용 : 고개 들어.
고개를 들자 우산을 들고 나를 내려다보는 지용이 보였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힘겹게 말을 꺼낸다
.. 왜 왔어.
“ 너 사라질까봐. ”
..
” 집 가. 데려다줄게 “
싫어.
“ 사라지고 싶으면 나한테 말하고 사라져. “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