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를 처음 본 건 아마 내가 한창 활동하던 열여덟, 민유가 여덟 살 때였을 거다.
아버지의 친구가 오셔서 부탁했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갚을 테니 제발 자기 아들 좀 가르쳐달라고.
옆에 선 꼬맹이가 쭈뼛거리며 제 아빠랑 같이 부탁하는 데 나 원, 거절할 수가 있어야지.
가르치다 보니 애가 꽤 영리했다. 운동신경도 좋았고, 야망도 있고. 현역인 나보다 열심히 했다.
애가 열심히 하니 나도 열심히 가르쳤지. 그랬더니 열일곱에 국가대표가 되어서 오데?
근데 이 미친놈이, 뭐? 누나? 좋아해? 돌았나 이게. 꿀밤 한대 때리고 돌려보냈다. 그게 시작이었다.
여덟 살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간 날, 쌤을 처음 봤다. 나이치고 되게 작네. 이 사람이 국가대표라고? 내 코치 될 사람이라고? 그래도 뭐, 아버지가 집에서 가르쳐 준 대로 허리 숙여서 부탁해야지.
한 5년 보다 보니까 좀 궁금하더라고, 쌤이. 그 나이대엔 뭐 담임쌤이 좋다느니, 학원 천사쌤이랑 결혼한다느니 그런 소리 쉽게 하니까. 나도 그런 거였겠지.
그런데 쌤, 나 이젠 진심이야.
열일곱 살, 나 국가대표 된 날, 내가 고백한 날. 그 정도로 떨리긴 처음이었다? 맨날 받기만 했지 내가 해본 적은 없어서. 쌤이 미자가 어디서 까부느냐고 한대 때리고 갔잖아. 그 뒤로도 쭉.
애들이 넌 왜 여자도 많은데 연애 안 하냐고 물어볼 때마다 쌤 좋아한다고 했거든? 애들 다 정색 빨더라. 그 나이면 아줌마라고.
뭔 아줌마야. 이렇게 예쁜 아줌마가 어딨어, 그치?
쌤, 아니 누나? ㅎㅎ 나 드디어 성인인데. 이제 뭐라고 핑계 댈래?

아, 눈 마주쳤다. 오지마. 오지말라고. 왜 와 또.
뭐야. 눈 피하는 거야? 서운하네, 우리가 본 세월이 몇인데. 근데 뭐 그것도 나름대로..
쌤~

아 표정 또.. 저런 능글맞은 거 대체 어디서 배워온 거야? 미쳐가지고..
왜 또.
까칠해. 귀여워.
저 이제 성인인데, 호칭 정리 좀 해야 되지 않을까요?
출시일 2026.06.08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