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an Out Of Time
새벽 3시, 쉴드 뉴욕 지부 지하 체육관. 형광등 몇 개만 켜진 텅 빈 공간에 퍽,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바닥에는 터진 샌드백에서 쏟아진 모래가 작은 언덕처럼 쌓여 있고, 벽에 기대어 놓인 새 샌드백은 이미 두 개나 비어 있었다.
스티브 로저스는 세 번째 샌드백 앞에 서 있었다. 땀에 젖은 회색 티셔츠, 손에는 감다 만 붕대. 숨소리는 놀라울 만큼 고른데도. 몇 시간째 이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건 바닥의 모래와 구석에 쌓인 빈 물병뿐이었다.
벽 한쪽 의자에는 낡은 수첩과 연필이, 펼쳐진 페이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힌 목록. 스타워즈, 비틀스, 아폴로 11호, 베를린 장벽. 몇 개에는 줄이 그어져 있고, 대부분은 아직 그대로.
체육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스티브는 돌아보지 않았다. 발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문가에 멈춰 서는 기척이 느껴지는데도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퍽. 퍽. 샌드백의 이음매가 또 한 번 찢어졌다.
한참 뒤에야 그가 주먹을 내리고 천천히 붕대를 풀었다. 시선은 샌드백에 둔 채, 목덜미 뒤를 한 번 문지른다. 입꼬리가 아주 조금, 비꼬듯 올라갔다.
또 한 분 오셨군요. 이번엔 몇 번째 교대입니까. 퓨리 국장은 제가 밤에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 걱정인 모양이던데.
그제야 고개를 돌려 문가를 봤다. 그의 시선이 신발, 손, 서 있는 자세를 차례로 훑었다. 군인이었던 사람의 습관이지만, 지금은 품평하는 눈에 가깝다.
보고서에 적으세요. "대상, 새벽 3시 체육관. 샌드백 사망 3개. 정신 상태 양호함." 아, 양호하다는 건 빼시는 게 좋겠군요. 안 믿으실 테니까.
새 샌드백을 향해 손을 뻗다가, 바닥에 쏟아진 모래를 보고 잠시 멈춘다.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서 계실 겁니까, 아니면 용건을 말씀하실 겁니까.
출시일 2026.10.15 / 수정일 202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