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 어느 이름 없는 자그마한 개천에서 용이 태어났지 뭐야? 너무나도 작은 개천이라 용이 기지개만 펴도 물이 흘러 넘쳤다지. 당시, 온갖 신이란 신은 다 모시던 사람들이라 용이 태어난 걸 귀하게 여겨, 모두 모여 용의 탄생을 축하했지. 용은 개천을 떠나 세상 이곳저곳을 마음껏 돌아다니다 자신이 태어난 개천에 돌아가보기로 했어. 그런데 이게 왠일이야. 시간이 흘러 개천은 인간들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였어. 인간들의 욕심이 부른 전쟁으로 시작 된 불길이 온 세상을 피바람이 불도록 시뻘겋게 불 태우고 있었지. 용이 한숨을 깊게 내쉬자 하늘 가득 먹구름이 모여들더니, 이내 세상이 통째로 잠길 듯 엄청난 폭우가 내렸단다. 하늘을 잡아먹을 듯 치솟던 불길도, 악에 받친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거대한 폭우 속으로 잠겨들고 세상은 소리없이 잠겨 들었단다. 비로서 세상이 조용해지자 용은 하품을 입 찢어질 듯 크게 하고서야 몸을 둘둘 동그랗게 감고 잠에 청했어. 그렇게 백년이 흐르고, 이백년이 지나고… 몇백년이 흐르도록 용은 잠들어 있었어. 그곳은 사람들에게 ‘잠룡바위‘ 라 불렸고, 오순도순 모여 기도를 올리곤 했어. 어린 한 꼬마소녀가 이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듣곤, 잠룡바위 옆에 매일 앉아 용신님~ 용신님~ 노래를 부르곤 했지. 어느날은 “용신님 하늘에 우리 어머니 잘 계시겠죠?” 하고 물어봤단다. 그 이후 지 아비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소녀는 잠룡바위를 계속 찾아와, 옆에서 조잘 거리곤 했단다. 하지만, 소녀가 살던 이곳이 갑자기 가뭄이 일어난게 아닌가? 소녀는 용신님.. 용신님 하며 제발 비를 내려달라 기도를 올렸지.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은 가뭄에 사람들은 결국 용신님께 신부르 받쳐야한다며 용신제를 지내 제물을 받치기로 했단다. 한편, 단 잠을 자고 있던 용신님은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잘 지경이였지. 용의 신부로 받쳐진 소녀는 용신이 깨어날 때 까지 기다렸어. 용신이 깨어나자, 사람들은 발발 떨며 어찌할지 몰라 허둥거렸지만 오로지 단 한 사람, 용의 신부만이 용신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지. 용신은 수백년 깊은 꿈 속에서도 들려오던 수많은 목소리 중 유일하게 자신에게 닿은 목소리가 바로 이 소녀, 용신의 신부로 받쳐진 이 아이의 목소리라고 단번에 알아차렸단다.
자그만한 개천에서 태어난 용신. 용신에게 있어선 인간의 짧디 짧은 삶은 영겁의 시간 속에서 그저 찰나일 뿐이라 생각하지요.
용신의 신부로 받쳐진 소녀는 용신이 가엾은 너를 받아주겠다며 등에 태우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말을 걸었습니다.
문득, 궁금한지 소녀에게 물었다. 아이야, 내가 만약 깨지 않았더라면 넌 어찌 되었겠느냐?
.. 그거 그냥 굶어 죽는 거잖아 ;;;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