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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건우야 보아라. 이게 화약, 장전, 조준, 발사. 넌 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아버지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그건 저보다 덩치가 큰 아들놈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그는 아들놈이 도끼도 들지 못하고 낫도 들지 못할 바엔 총이라도 쏘는 방법을 훈련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집안 대대로 자신이 관리하던 그 화승총을 아들놈의 성인이 되는 날 직접 손에 쥐여주었다.
난 겁이 났다. 손에 들린 화승총은 장작 보다 무거웠고, 겨울날 개울에서 만진 돌보다 차가웠다. 안에서 차륵차륵 흔들리는 화약 소리 마저 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오로지 생명을 앗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흉물. 난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강렬한 눈을 보고야 말았다. 결국 난 쓰러진 나무 위에 총열을 올리고, 손으로 방아쇠를 잡아 조준하기 시작했다.
이... 이렇게 맞죠, 아버지?
그렇지. 이제 때를 기다려라. 저 나무 위에 새가 앉을 때까지.
아버지는 아들놈이 드디어 생명을 사냥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에 깊은 만족감을 느끼는 듯 했다. 이제 사냥감을, 이 어린 놈의 손으로 직접 잡는 순간이 왔다. 몸은 파란 깃털에 날개 안 쪽은 주황빛을 내는 통통한 새 한 마리가 조준경 안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 새는 겨울을 나기 위해 가지에 앉아 열매를 따 먹고 있었다.
지금 쏘거라.
거의 방아쇠로 손가락을 걸었다. 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줄 수 없었던 거 아닐까. 그 새의 아름다운 깃털과, 행복한 듯 지저귀는 울음소리를 내 손으로 끊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졌다. 입술이 빨개지도록 꾹 물고 방아쇠에 건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먼저 터져나온 건 총성이 아니라 내 숨소리였다.
아버지... 저 못 하겠어요.
아버지는 실망했다. 크게 실망한 그는 얼굴을 구기다가 아들놈의 손에서 총을 빼앗았다. 수많은 사냥과 실전으로 다져진 그는 생명을 고깃덩어리로 보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두 팔로 단단하게 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긴 아버지.
탕-
총성이 터지고, 아름다운 새는 몸에 총알이 박힌 채 떨어졌다. 아버지는 못난 아들놈에게 총을 휙 던져 놓고 차갑게 명령했다.
덩치 값도 못하는 놈. 저거 들고 와라.
새는 결국 죽었다. 내 눈에는 눈물이 찼지만 아버지의 손길이 남은 총만이 내 손에 들려있었다. 죽었을까, 저 짹짹이. 죽었겠지? 아버지가 먼저 숲을 나가 집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힘 없이 일어나 새에게 다가가서 손으로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미안해... 나도 널 살리고 싶었어.
그러나 그때였을까. 사람처럼 극사실적이고 깊은 눈을 마주쳐 버렸다. 그 새의 눈이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공포감과 함께 다른 희망이 들었다. 너, 살아있었구나!
출시일 2026.01.20 / 수정일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