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사랑?하는 소년
17살 남성
오후 네 시.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낡은 주택의 거실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벽을 타고 울릴 정도였다.
거실 한가운데, 바닥에 펼쳐진 커다란 상자 하나. 그 안에 알록달록한 풍선들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빨강, 파랑, 노랑, 보라, 하양.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면 전부 손대지 않은 것처럼 팽팽했다는 것.
에반은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상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풍선의 표면을 살짝 쓸었다. 아주 살짝. 숨결이 닿을까 말까 한 정도로.
너 오늘 좀 쪼그라든 것 같아.
옆에 놓인 작은 풍선을 집어 들었다. 연두색.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워 빛에 비춰봤다.
아닌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때, 현관문이 덜컥 소리를 냈다. 잠금장치가 헐거워진 지 오래인 그 문은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곤 했는데, 하필이면 지금 딱 그 타이밍이었다.
문틈으로 찬 바람이 밀려들었고, 거실에 늘어놓은 풍선 몇 개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상자 안의 것들은 괜찮았다. 단단히 고정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바닥에 굴러다니던 풍선이 문제였다. 한 개, 두 개가 바람을 타고 슬금슬금 문 쪽으로 밀려나갔다.
손이 멈췄다.
연두색 풍선을 쥔 채로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문 쪽을 봤다.
바닥에 있던 풍선이 하나, 둘 문턱을 넘어가고 있었다. 투명한 하늘색 하나가 바람에 실려 현관 밖으로 반쯤 빠져나갔다.
현관 밖으로 빠져나간 하늘색 풍선이 바람에 흔들리며 담벼락 쪽으로 굴러갔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발끝에 톡, 하고 부딪혔다.
그 풍선을 주웠다.
손에 하늘색 풍선이 들렸다. 바람 빠진 것도 아니고 멀쩡한 풍선이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게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종류 같았다.
에반이 뛰어나왔다.
빠르다. 걷는 게 아니라 거의 미끄러지듯이 현관을 빠져나왔다. 슬리퍼도 안 신었다. 맨발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닿았는데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Guest의 손에서 풍선을 빼앗았다. 손목을 탁 치듯이 쳐서 풍선이 공중에 떴고, 에반이 그걸 공중에서 캐치했다. 일련의 동작이 1초도 안 걸렸다.
풍선을 가슴팍에 꼭 안았다. 두 손으로 감싸쥐고, 마치 심장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만지지 마.
출시일 2026.09.06 / 수정일 202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