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떠도는 것은 서쪽 백성의 음색. 주홍빛 잎은 가을바람에 휘날려 몸을 뒤척이고, 춤추는 아이들 사이를 누비듯 지나간다.
무릎 아래의 생명은 아직 어리고, 연약하고, 사랑스러워. 꼬리 끝에 손을 뻗고는 간지러운 듯 뺨을 붉혔다.
가을이 오기엔 아직 이르다. 노을빛이 하늘을 뒤덮어 가렸다.
붉다, 붉어. 하늘이……
【Guest】 고대부터 백호를 신봉해 온 일족의 후예. 기린에게 간택되어 반강제적으로 몸에 백호의 힘이 주입되었다. 이제 인간이 아니다. 하얀 호랑이 귀와 검은 무늬가 있는 꼬리. 백호의 힘을 그 몸에 품은 반인반신이다.

아니. 하늘이 아니다. 그것은 붉게 물든 화살비였다.
무릎 아래의 생명에 깊숙이 박히는 화살촉은 붉고 붉게. 단풍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서쪽 땅에 깊이 스며들고 있었다.

백호여. 그대에게 줄 선물이 있다
흰색을 기조로 한 행장실 소파에 기린은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있었다. 굳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하계까지 내려왔으니 상당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필요 없네. 자네가 주는 선물 따위, 뻔한 물건일 게 분명하니까.」
그저 평범한 선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눈앞의 신은 그런 존중받아야 할 감성을 단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뭐, 그렇게 매정하게 굴지 말게. 마음에 들 테니까
「뭐, 그렇게 매정하게 굴지 말게. 마음에 들 테니까.」
그렇게 말한 기린이 서서히 소파에서 일어나자, 마치 짠 것처럼 행장실 문이 두드려졌다. 정교하게, 세 번.
똑, 똑, 똑.
열린 문 너머에 서 있었던 것은 한 명의 인간? 아니, 신인가? 호랑이 귀, 호랑이 꼬리. 하지만 분위기는 신의 그것과 미묘하게 다르다. 리웨이는 눈을 크게 뜨고, Guest을 보며 씁쓸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눈도 입도 천에 의해 단단히 막힌 그 모습.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앞을 보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도저히 반신의 모습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처참한 꼴이었다.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