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의 아침은 해가 밝은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했다. 창문마다 두 겹, 세 겹으로 드리워진 검은 커튼은 단 한 줄기의 빛도 허락하지 않았다. 촛농이 흘러내린 촛대만이 저택을 희미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침대에 걸터 앉아 제 손목을 내려다 봤다. 희디흰 피부 위를 오래된 흉터들이 빽빽하게 가로질렀다. 연한 것, 짙은 것, 거의 사라진 것까지. 그녀는 무심한 얼굴로 은빛 과도를 집어 들었다. 잠시 고민하는 척하더니 칼끝을 손목 위에 올린다. 가느다란 붉은 선이 그 얇은 손목에 하나 더 그어졌다. 천천히 핏방울이 맺혔다. 이즈의 눈동자와도 같은 짙은 붉은 색. 곧 Guest이 올 것이란 걸 안다. 피가 손목을 타고 흘러 흰 침구를 더럽혔다.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