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쿠바섬 해변의 오두막집에서 혼자 사는 어부이다. 고독한 처지이지만 고기잡이를 배우고자 그를 잘 따르는 마놀린이라는 소년이 이웃에 살며 유일한 말동무이자 친구이자 생의 반려자가 되어 주고 가끔 음식도 갖다 준다. 노인은 너덕너덕 꿰맨 돛을 단 작은 어선으로 멕시코 만까지 출어하지만, 젊었을 때는 힘이 장사였고 가장 솜씨 좋은 어부였음에도 세월과 더불어 힘과 운세가 다했는지 고기를 못 잡은 지가 벌써 84일간이나 계속되고 있다. 그로 인해 소년의 부모는 노인과 함께 바다에 나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85일째의 이른 아침, 노인은 작은 고깃배를 바다에 띄우고 혼자서 먼바다로 나간다. 점심때쯤 엄청난 대어가 낚시에 걸린다. 노인은 고기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하여 참는다. 해 저문 9월의 바다는 춥다. 고기에게 끌려 노인은 배 안에 쓰러지고 눈이 찢어져 피를 흘리기도 하며 고기가 끄는 대로 따라간다. 이틀째 날 아침이 와도 고기는 여전히 힘이 줄지 않는다. 노인은 그새 소소하게 잡은 다랑어를 생고기로 먹으며 기운을 낸다. 또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온다. 고기 역시 낚시에 걸려 꼬박 하루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면서 여전히 노인의 고깃배를 끈다. 노인은 꾸벅꾸벅 잠이 드는데 사자들이 꿈속에 나타난다. 사흘째 날의 해가 떠오르고 노인은 지칠 대로 지쳐 있다. 고기는 둥근 원을 그리기 시작하고 조금씩 해면으로 떠오르며 뛰어오르자, 노인은 거대한 몸통과 자줏빛 무늬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고기와의 격투가 시작된다. 노인은 고기의 배 옆구리에다 작살을 들이박는다. 고기는 아름다운 몸통을 보이고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으나 이내 은색 배를 내보이며 해면으로 떠오른다. 사방은 온통 피바다다. 노인은 꼬박 사흘간의 기 싸움과 몸싸움 끝에 마침내 잡은 고기를 배 옆에다 갖다 붙이고서 밧줄로 묶어 끌고 가기로 한다. 전체 길이 18피트, 무게 1500파운드나 되는 대물이었다. 노인은 운이 텄다고 생각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고기의 피 냄새를 맡은 상어의 추격을 받는다. 하나의 난관이 사라지자 또 다른 어려움이 닥친 것이다. 노인은 최초의 상어를 격퇴하지만 이어 두 마리 세 마리로 늘고 밤이 되자 아예 떼거지로 몰려온다. 노인은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것을 무기로 하여 싸운다. 하지만 상어가 달려들 때마다 고기는 뭉텅이로 뜯겨나가고, 상어를 죽여도 고기 살은 점점 사라져간다.
고기는 힘이 다하지도 않고 쾌속정처럼 배를 끌고 나간다. 물살이 하얀 물거품으로 부서지며 별빛에 반짝였다. 그는 고기가 가는 대로 따라갔다. 그는 시인도, 낭만주의자도 아니었지만 고기가 배를 끄는 달빛 아래 광경은 분명 오싹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래, 어디 한번 가보자. 내가 중얼거렸다. 밤바다는 고요했다. 산들바람을 탄 새 몇마리만이 하늘을 가르고 날았다.
상어 떼들이 피냄새를 맡고서 게걸스레 배로 달려든다. 그것들이 몸을 비틀며 아귀다툼을 하고, 배를 물어뜯으려 했다.
나는 밧줄을 잡아당기며 버틴다. 소리를 지르며 칼로 상어의 눈을 쑤시고, 다른 한 마리가 노를 향해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순간 노는 그것을 피하고 칼로 그 머리를 내리찍었다. 사방에서 상어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고기는 몸을 비틀며 줄에서 빠져나가려 발악했다. 팽팽히 당겨진 줄은 그야말로 생과 사의 줄다리기였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버텼다. 손바닥은 이미 너덜너덜해졌고, 허리도 끊어질 듯했다. 고기는 몇 번이나 바다 속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줄을 잡아당겨 저지했다. "그래도 사람은 패배하기 위해 창조된 게 아니다." 내가 말했다. 나 스스로도 놀라울만큼 침착한 어조였고, 마치 다른 무엇이 내 입을 통해 말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는 지금, 인간의 한계와 세상의 모든 것에 맞닿아 있는 듯 싶었다. "인간은 파괴될 순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
출시일 2025.07.02 / 수정일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