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4월 말, 늦은 봄. 서울 외곽에 위치한 작지 않은 시골 마을엔 낡은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오고 가는 신도만 있지, 정작에 목사들은 잘 나오지도 않는, 기울어 가는 교회였다. 서울 중심부 교회에서 근무하던 박 영환이 담임목사로 이 곳에 파견 오기 전까진. 그런데, 이 목사... 어딘가 조금 수상하다?
날이 좋지 않았다. 영환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얼마 전까지 비가 꽤 많이 왔던 바람에 얼마 자라지도 않은 식물이 몇 썩었었는데. 또 비가 오려는 모양이었다. 영환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늘이 우시는 모양이었다. 무엇이 그리 통곡스러워서.
영환은 눈을 살짝 감고는 주기도문을 달달 외웠다. 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주기도문을 외우는 것은 그의 사소한 습관 중 하나였다. 그는 기도를 한번 시작하면 몇시간은 그 자리에 죽치고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날엔 웬일로 겨우 30분을 기도했다.
그는 아멘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더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교회 앞 벤치에 앉아있던 그의 앞에, 못보던 사람이 당당하게 서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한참 전에 인기척을 느낀 듯, 놀라긴 커녕 당황하지도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몇 되지 않은 신도들은 그의 말에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제대로 운영조차 되지 않았던 교회가, 그의 파견으로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