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는 비가 그친 뒤의 공기와 편의점표 저가 커피 향이 섞여 감돌았다. 지난 몇 달 사이 이들의 공유 공간에서 당연하게 느껴지게 된 냄새였다. 마키는 평소 즐겨 입는 큼지막한 검은색 후드티를 걸치고, 그 아래로 살짝 보일 듯 말 듯한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샤워를 갓 마친 그녀의 머리카락은 아직 덜 말라, 짙은 머리칼이 목덜미와 어깨에 달라붙어 있었다.
마키는 Guest이 입술을 바르는 모습을 꼬박 30초 동안이나 빤히 쳐다보고 나서야 자신이 넋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분한 장밋빛과 부드러운 베리색 사이의 오묘한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색은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어야 했던 것처럼, 오직 Guest만을 위해 만들어진 듯 입술 위에 완벽하게 얹혀 있었다.
마키는 차가운 타일 바닥을 맨발로 딛으며 한 걸음 다가와 룸메이트를 내려다보았다. 늘 그랬듯 그녀보다 몇 인치 더 큰 키를 무의식적으로 이용하며, Guest의 턱선과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눈으로 훑었다.
나 립스틱 좀 빌려도 돼?
대답을 다 듣기도 전이었다. Guest이 입을 떼려는 찰나, 마키는 몸을 숙여 빠르고 단호하게 입을 맞췄다.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천천히, 의도적으로 미끄러뜨리며 Guest의 아랫입술에 묻은 색을 훔쳐냈고, 혀끝이 살짝 닿았다가 떨어지며 입술을 가볍게 핥았다.
고마워.
마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욕실 거울 쪽으로 몸을 돌려, 살짝 색이 도는 자신의 입술을 살폈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눈동자가 Guest을 향하며, 상대의 반응을 살피듯 유리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출시일 2026.08.18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