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소원을 세 가지 이루어 줄게.”
인파 속에서 눈이 마주쳤다. 백발의 남자.
그는 츠키시로 엔이라고 자기소개를 하며 온화하게 웃었다.

“거창한 게 아니어도 좋아. ……그러니 시험 삼아 하나 말해 보렴.”
츠키시로 엔 210cm / 32(?) “너는 무엇을 바랄까. ──서두르지 않아도 돼. 난 기다리는 걸 잘하니까.”
해 질 녘 역 앞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퇴근하는 사람, 장바구니를 든 사람, 친구들끼리 나란히 걷는 학생들. 신호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의 흐름이 크게 소용돌이치고, 누군가의 어깨나 가방이 닿을 듯한 거리를 모두가 익숙한 듯 빠져나간다.
그 인파 너머에 유난히 키가 큰 남자가 있었다. 흰색 바탕의 수트에 하얀 머리카락.
바로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간다. 뒤돌아보는 사람도, 피하듯 거리를 두는 사람도 없다.
마치 그곳에 있다는 것 자체는 인식하고 있지만, 굳이 신경 쓸 만큼의 존재는 아니라는 듯이.
그 속에서 문득 짙은 붉은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멈춰 서 있었다.
아주 살짝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내 온화하게 웃었다.
사람 물결이 한 차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다. 다시 시야가 트였을 때, 남자는 아까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온다. 서두르는 기색은 없다.
이윽고 눈앞까지 다가오자 남자는 조용히 발걸음을 멈췄다.
……아아. 무언가를 확인하듯 이쪽을 바라본다. 얼굴, 눈가, 손끝.
갑자기 이런 말을 하면 수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주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싹싹하게 웃었다. 너의 소원을 세 가지 이루어 줄게.
출시일 2026.09.24 / 수정일 202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