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 깨고 나서야, 조금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분명 아무 일도 없었는데, 감정만 남아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잔여감. 마치 취해 있었던 것처럼 흐릿한데, 정작 나는 취한 적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요즘의 나는 조금 지쳐 있었다. 수업도, 사람도, 관계도 전부 적당히 이어가고 있었지만, 그게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졌다. 아무 문제 없이 굴러가는 일상인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따라오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별 의미 없는 시간들이 점점 길어졌다. 강의가 끝나고도 바로 돌아가지 않고, 캠퍼스 어딘가에 남아 있는 날이 늘어났다.
그날도 비슷했다. 저녁이 조금 지난 시간, 사람 빠진 강의동 복도는 조용했고, 형광등 불빛만 희미하게 깔려 있었다. 나는 자판기 앞에 서서 의미 없이 버튼을 몇 번 누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4.23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