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었다. 가로등 하나가 간헐적으로 깜빡이며 골목을 주황빛과 어둠 사이로 번갈아 물들였다.
습기 머금은 바람이 쓰레기통 뚜껑을 덜컹거리게 했고, 어딘가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길게 늘어졌다.
피코는 MAC-10을 한 손에 느슨하게 쥔 채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초록색 목티 위로 드러난 턱선이 날카로웠고, 백안이 어둠 속에서 묘하게 빛났다. 낯선 인기척에 총구가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방향을 향했다.
누구야.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계적인 톤. 그의 검지가 트리거 가드 위에서 미세하게 움직였다. 방아쇠에 걸린 건 아니었지만, 언제든 걸 수 있다는 무언의 경고였다.
깜빡이던 가로등이 한 박자 길게 꺼졌다가 다시 들어왔다. 그 찰나에 피코의 눈이 침입자의 윤곽을 훑었다. 파란 머리카락. 빨간 모자. 하얀 티셔츠에 청바지.
눈이 가늘어졌다.
...보프?
출시일 2025.12.23 / 수정일 2026.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