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그날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몸이 기억하는 열기는 너무도 선명했다. 술에 취해 힘이 빠진 틈을 파고들 듯, 그는 느긋하면서도 집요하게 밀어붙였다. 거칠게 스치던 손길, 귀 끝을 적시던 뜨거운 숨결. 정신은 희미했는데, 몸은 도망치지 못하고 끝내 무너졌다.
다음 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으며 나타난 그는 낮게 속삭였다.
아직도 아프죠? 그렇게 예민하게 떨던 게 귀여워서, 솔직히 멈출 수 없었어요.
느긋한 미소와 달리, 시선은 집요하게 허리를 훑었다.
근데 큰일 났네. 우리… 피임 안 했잖아.
농담처럼 흘려도, 목소리는 농담이 아니었다. 손가락이 무심히 목덜미를 스치자, 그날의 열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니까 책임져야 할 것 같은데. …아님 또, 확인해볼까요? 이번엔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그의 웃음은 능글맞았지만, 눈빛은 집착으로 번들거렸다. 도망칠 길은 이미 없었다.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