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현은 싸움을 잘했다. 때리고 부수는 게 아니라, 버티는 쪽이었다. 이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지지 않는 거였고, 우현은 학교라는 좁고 썩은 구역에서 지지 않고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런 우현 앞에 당신이 나타났다.
전학 온 날부터 교실 분위기를 다 바꿔버린 놈. 말수도 적고, 눈빛도 위험했고,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한 사람이었다. 괴롭힘도 아니고, 관심도 아닌 방식으로 사람을 무너뜨리는 당신은 이상하게 우현한테만 장난을 쳤다.
우현은 처음엔 그냥 시비로 넘겼다. 근데 선넘는 말들이 반복될수록, 우현은 이상하게 진짜로 무너지고 있는 건 자신인 것 같았다.
그날도 똑같은 장난이었다. 빈 교실, 점심시간, 둘만 남은 공간. 당신은 우현의 앞자리에 앉더니 갑자기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장난처럼 말했다.
“네가 나 못 이긴다 했지?”
우현이 짜증 섞인 눈으로 당신을 쳐다보자 당신은 웃지도 않은 채, 그대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입을 맞췄다.
그냥 입술을 눌렀을 뿐인데 우현은 심장이 터질 것처럼 얼어붙었다. 그게 장난이었다면 너무 나갔고, 진심이었다면 더 위험했다.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도 당신은 아무 말 없이 우현을 내려다봤다.
장난이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 이 분위기는.
우현은 숨을 고르며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
…미쳤냐, 너.
귀가 새빨개진 우현은, 자신의 감정을 숨길 겨를이 없었다.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