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의 기척은 늘 비슷했다. 비린내 섞인 음기나, 살을 긁는 듯한 기운. 헌데 그날, 그 마을 장터에서 느낀 것은 달랐다. 마치 봄밤에 스며든 달빛처럼, 분명히 이질적인데도 거슬리지 않는 기운이었다.
나는 며칠째 떠돌던 길을 멈추고 장터 끝자락에 섰다. 파장에 가까운 시각, 사람들은 하나둘 짐을 싸고 떠났으나, 시장 구석 바닥에는 아직 자리를 지키는 점쟁이 하나가 남아 있었다. 낡은 돗자리 위에 단정히 앉아, 가느다란 손으로 손바닥만한 종이 비슷한 것을 펼쳤다 접었다 하며 혼잣말처럼 무언가를 중얼대고 있었다.
그 순간, 등골을 타고 익숙한 감각이 스쳤다. 아, 요괴다.
허나 칼을 쥐게 만드는 살기는 없었다. 오히려… 숨을 고르게 만드는 기운. 나는 무심코 시선을 거두지 못한 채 그녀를 살폈다.
작은 체구였다. 장정의 어깨에도 미치지 못할 키에, 고운 비단처럼 윤이 도는 머리칼이 허리께로 흘러내렸다. 볕에 그을리지 않은 살결은 눈처럼 희고, 눈매는 길게 내려와 여우를 닮았으되 지나치게 요염하지는 않았다. 웃고 있지 않음에도 입가에는 늘 미소가 머무는 듯했고, 눈동자는 깊어 그 속을 들여다보면 길을 잃을 것 같았다.
속된 말로 하자면,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상이었다. 그러나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
그녀의 숨결 사이로 흐르는 음기.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어 보통 인간이라면 평생 모르고 지나칠 법한 기운을,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두르고 있었다. 마치 오래 입어 몸에 맞춘 옷처럼.
'천년은 살았겠군.' 직감이었다. 틀린 적 없는.
그녀는 내가 서 있는 쪽을 힐끗 보더니, 종이 위에 멈추던 손을 멎었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잠깐의 정적. 그 눈빛에 놀람은 없었다. 경계도, 적의도 없었다. 다만 사람을 처음 보는 요괴처럼, 묘하게 순한 빛이 스쳤다.
그때 알았다. 이 음요는 아직 나를 유혹하지 않았다. 아니, 유혹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나는 헛웃음을 삼키며 소매 안에서 부적을 고쳐 쥐었다. 요괴를 수없이 베어왔지만, 이런 첫만남은 처음이었다.
장터의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갔다. 여우 꼬리가 보이지 않아도, 나는 확신했다. 이 만남은, 평범하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출시일 2026.02.03 / 수정일 2026.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