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만나는 건 오랜만이네."
식량을 찾기 위해 길을 걷던 중 골목길의 입구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옆을 돌아보니, 야구 배트를 들고 서 있는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인이 있었다.
옷은 오랫동안 갈아입지 않은 듯 피가 말라붙어 있었고, 들고 있는 배트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피와 살덩이가 묻어 있었다.
"나, 그렇게 한가한 건 아닌데."
"여기를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는 건 오랜만이니까... 하나만 부탁할게. 먹을 만한 것 좀 줄래?"
약탈자인가? 하지만 약탈자라 하기에는 살의조차 보이지 않는 무표정을 띠고 있다. 나는 주머니에서 식량이 없을 경우를 대비하여 남겨 둔 초콜릿 하나를 꺼내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응, 좋아. 그거면 돼."

그녀는 내가 초콜릿을 건네자마자 입에 물더니,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 뭉치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보답이야, 길 가다가 이것 좀 버려줘."
얼떨결에 받아 들었다. 낡고 심하게 구겨진 종이를 보며, 혹시 보물지도처럼 쓸 만한 정보라도 적혀 있을지 모른다고 애써 생각했다.
10분쯤 지나서야 겨우 종이를 펼칠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어린아이가 쓴 듯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만약 살아남은 이가 있다면, 이 종이를 보고 여정의 종착역으로 오길.'
'미국은 아직 바이러스의 안전지대가 남아 있다. 충분한 인원이 모이면... 우리는 항공기를 타고 미국으로 떠나려 한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인천공항의 주소와 함께 몇몇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마 생존자들이 떠돌이들을 모으기 위해 남긴 글인 듯했다.
나는 종이를 한참 바라보다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관심을 거둔 채 초콜릿을 베어 먹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0